스포티파이가 하드웨어 개발에 나선 3가지 이유

스포티파이(Spotify)가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grantee code 즉 업체 등록 코드를 취득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작년부터 하드웨어 팀을 꾸리기 위해 준비 중이었으며, 지난 6월 5일 FCC로부터 ‘2AP3D’라는 코드를 받았다고 한다. FCC 업체 등록 코드 취득은 미국 내에서 전자 기기를 판매하려면 필수로 거쳐야 하는 인증 절차다. 이로써 스포티파이의 자체 하드웨어 개발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디저(Deezer), 타이달(TIDAL), 판도라(Pandora)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대개 하드웨어 제조사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음원을 유통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도 Spotify Gear를 통해 다양한 파트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꼭 기기를 직접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다양한 곳에 자신들의 음원을 유통시킬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파이는 왜 자체 하드웨어를 출시하려는 것일까?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체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경우는 게임과 전자책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밸브(Valve)가 운영하는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은 Steam Controller, Steam Link 등과 같은 게임 관련 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전자책을 유통하는 아마존은 2007년 Kindle을 첫 출시했고 반즈앤노블도 2009년부터 NOOK을 판매하고 있다. 참고로 2017년 기준, 미국 전자책 시장 점유율은 아마존이 83.3%로 경쟁사인 애플과 반즈앤노블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스포티파이가 자체 하드웨어를 개발하려는 목적은 다음과 같은 3가지 배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스포티파이는 자신들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주도적인 시장 세분화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신규 사용자를 확대 할 수 있다. 파트너십에만 음원 유통을 의존할 경우 파트너사들이 놓치고 있는 영역에서는 스포티파이도 신규 매출을 올릴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가령 연식이 오래된 차에 달린 카오디오에서는 대개 스포티파이를 즐기기 어려운데, 이와 유사한 상황들이 스포티파이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수 있다. 즉, 촘촘하게 시장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둘째, 스포티파이는 자체 하드웨어 전략을 통해 이탈율(churn rate)을 줄일 수 있다. 기존 사용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청취 경험을 개선함으로써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고 이는 다른 경쟁 서비스로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사용자 이탈이 비교적 쉽다. 일단 넷플릭스처럼 독점적인 메이저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으며,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몇 번의 클릭만으로 유료 플랜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 타이달(TIDAL)처럼 무손실음원으로 사용자를 묶어두는 전략을 쓸 수 있지만 음질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사용자들이 많아 그 효과가 큰 것 같지는 않다. 요약하자면 소프트웨어 만으로 승부를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티파이가 하드웨어를 통해 자신들만의 오프라인 음악 청취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이탈율 증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스포티파이의 하드웨어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스포티파이의 핵심 인기 비결은 고도로 발달된 추천 알고리즘이다. 사용자 개인화가 뛰어나고 풍부한 플레이리스트를 자랑한다. 다양한 청취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가 좋아할 곡을 발견하게 해준다. (개인화 알고리즘에 대한 추가 정보는 이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하드웨어에서도 직접 스포티파이가 원하는 데이터를 풍부하게 수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파트너십 중심의 하드웨어 전략에서는 스포티파이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기능을 하드웨어에 적용시키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애플, 구글 등 이미 우수한 하드웨어를 가진 경쟁사들의 추격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자체 디바이스 개발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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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의 하드웨어 계획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몇 가지 우려되는 점도 있다. 첫째, 하드웨어 제작 이력이 없던 회사가 얼마나 비용 대비 효율적인 기기를 직접 만들어 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둘째, 저렴한 애프터 마켓 제품들이 이미 시장에 많다. (품질은 논외지만) 스마트폰 음악을 카오디오나 스피커에 연결해 들을 수 있는 블루투스 리시버를 10달러 이하에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끝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제조사들과 경쟁 관계가 된다는 점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하드웨어 계획 소식을 접하니 애플 뮤직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아이폰, 맥북 등 우수한 디바이스와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갖고 있고, 아이튠즈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있음에도 애플 뮤직이 스포티파이에게 스트리밍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아이러니하다. ‘접속’이 아닌 ‘소유’에 방점을 둔 아이튠즈의 운영 전략 때문이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스포티파이가 애플 뮤직에 앞설 수 있는 이유로 뛰어난 추천 알고리즘을 꼽는다. 접속의 시대에 ‘개인화’라는 화두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다.

관련 기사 및 이미지 출처 : Variety, Spoti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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