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노스 스캔들이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를 위축시켰을까?

헬스케어 산업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한 때 기업 가치가 $9 billion (한화 10조원)에 이르렀던 테라노스 (Theranos).  2015년 월스트리트 저넉 (WSJ)의 특종기사를 시작으로 기술이 거짓임이 밝혀지고 추락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폐업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테라노스 사태로 인해 미국의 헬스케어 산업이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헬스케어 분야 투자자들의 심리가 당분간 얼어붙어  헬스케어 스타트업계에 겨울이 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섞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과연 테라노스 스캔들이 헬스케어 산업을 위축 시켰을까?

포브스의 9월 5일자 기사에 따르면, 이러한 우려와는 반대로 미국에서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간 $20 billion (한화 약 22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1,186개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될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은 꾸준하며 투자금액과 ‘딜 (deal)’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아래 Pitchbook의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8개월간 22조원이라는 투자 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9%, 10년 전인 2008년에 비해서는 무려 180% 나 증가한 수치이다. 2018년 8월 한 달에만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1.98 billion (한화 2조 2천억원)이 투자되었다.

Healthcare venture capital deals for January to August 2018 compared to previous years, courtesy of Pitchbook.PITCHBOOK

<Courtesy of Pitchbook.PITCHBOOK>

위의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테라노스 스캔들이 헬스케어 업계에 끼친 영향은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아주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Theranos’ myriad problems appear to have had little impact on current healthcare investors’ choices).

techNeedle 인사이트

테라노스 스캔들이 어떤식으로든 투자심리를 위축시키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과연 진짜 그럴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본문에 인용한 자료는 그러한 우려와는 반대로, 테라노스 스캔들이 처음 WSJ에서 보도된 2015년 이후에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의 VC들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오히려 더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라노스 스캔들이 터진지 이미 3년이나 지났고, 스캔들을 둘러싼 공방이 오가던 그 3년 동안에도 헬스케어 분야의 투자는 활발했던 것으로 비추어보아, 앞으로도 투자 위축과 같은 영향은 없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포브스의 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2015년 12월 테라노스 스캔들을 최초로 보도한 WSJ의 존 캐러루 가자의 후속보도 기사가 떠올랐다. 그 기사에 따르면,  2004년에 테라노스는 메드벤쳐 (MedVenture)와 투자유치를 위한 미팅을 했다고 한다. 메드 벤쳐는 헬스케어, 메디컬 테크놀로지 분야에 약 29년간 투자를 해 온 이 분야의 베테랑 VC 였는데, 그 때 테라노스와의 미팅에 참석했던 메드 벤쳐의 매니징 파트너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홈즈는 자신과 테라노스의 원대한 포부를 뒤받침 할만한 아무런 과학적 근거나 기술적인 디테일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과 동료들이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계속 질문하고 데이터를 요구하자 홈즈는 짜증난 듯한 태도를 보였으며 (got annoyed), 결국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리를 떴고 메디컬 벤쳐는 테라노스에 투자하지 않았다. 메드 벤쳐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바이오테크, 생명과학 분야에 투자하는 VC 들은 테라노스의 허상을 이미 알아채고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의 낡은 헬스케어 시스템을 개혁하고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거대한 담론에 혹한 몇몇 (비 바이오분야) 투자자들과, 정치계 거물들을 이사회 및 매니지먼트에 영입한 테라노스의 환상적인 언론플레이, 거기에 언뜻 스티브잡스를 연상시키는 CEO 홈즈의 인상과 언변등이 어루어져 빚어진 헬스케어 스타트업계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이었고 헬스케어 산업을 분명 위축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3년여간 스캔들의 원인이 제대로 파헤쳐져 낱낱이 공개되고 공론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 스캔들은 헬스케어 업계 종사자들과 투자자들에게 투자와 사업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준 것으로 보인다. 테라노스 스캔들을 반면 교사로 삼아,헬스케어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엄밀한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어야 검증되어야 하고, VC들은 투자를 고려할 때 연구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지 않았을까? 덕분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는’ 참사가 벌어지는 대신,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효과가 나타난 것 아닌가 생각된다.

관련 기사 : Forbes, AngelList WSJ | 이미지 출처: Photo by Estée Janssens on Unsplash

미국 샌디에고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NanoCellect Biomedical의 co-founder이자 CTO 입니다. 생명과학과 IT를 결합한 제품들, 특히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생명공학기술 및 메디컬 디바이스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