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아이튠즈, 어서와 클라우드

아이튠즈 서비스가 공식 중단된다. 애플은 최근 WWDC 2019에서 새로운 macOS ‘Catalina’ 를 발표하며 기존 아이튠즈의 기능이 Apple Music, Apple Podcasts, Apple TV Apps로 대체된다고 밝혔다. 아이튠즈 서비스에 융합 (convergence)되었던 음악, 영상, 팟캐스트 같은 콘텐츠들이 각 콘텐츠의 특성과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 분리 (divergence)되는 것이다. 2001년 불법 파일을 유통하던 냅스터를 대체하며 등장한 아이튠즈는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 서비스지만 클라우드 기술의 영향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아이튠즈가 그 동안 업계에 미친 영향과 이번 발표가 갖는 의의를 살펴보았다.

역사적으로 아이튠즈는 소비자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관계를 재정의했다. 아이튠즈 이전까지 엔터테인먼트 소비자들은 제작자들이 제안하는 상품을 소비할 수 밖에 없었다. 듣고 싶지 않은 곡이 들어 있어도 앨범 전체를 사야했고, 방송 시간에 맞춰 티비 앞에 앉아 쇼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반면 아이팟과 결합한 아이튠즈는 사용자가 원하는 곡을 다운로드 할 수 있게 했으며, 주문형 콘텐츠를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감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크리스 앤더슨이 2006년 출간한 ‘롱테일 경제학’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하기 힘든 곡을 아이튠즈에서는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튠즈는 콘텐츠 제작사가 갖고 있던 힘을 플랫폼으로 이동시키는 역할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NBC와 아이튠즈의 갈등이다. 당시 NBC는 아이튠즈 영상 카테고리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었다. 협상력을 갖고 있던 (정확히 말하자면, 협상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한) NBC는 아이튠즈의 가격이 더 유동적이고, 아이팟 판매 수익의 일부를 자신들도 나눠 가져야 한다는 제안을 내건다. 아이튠즈는 이 제안을 거절했고, NBC는 아이튠즈와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이후 NBC의 온라인 매출은 예상과 달리 하락했고 2008년 불리한 조건으로 다시 아이튠즈에 입점하게 된다. 온라인 플랫폼의 파워와 시청자들의 콘텐츠 구매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읽지 못한 NBC의 실수였다.

그러나 아이튠즈도 2000년대 후반 스포티파이 (Spotify), 디저 (Deezer), 판도라 (Pandora) 등 경쟁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시장 주도권을 차츰 잃게 된다. 특히 2006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스포티파이는 2011년 3월 유럽에서만 백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고, 같은 해 9월, 2백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모으며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다. 미국에는 2011년 론칭했고, 2013년에는 파일 다운로드 기능을 없애고 순수한 스트리밍 플랫폼이 된다. 아이튠즈 UI의 불편함과 맞물려 인터넷 환경의 변화, 스트리밍의 편리함 덕분에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튠즈로 굳건하게 지켜오던 음악 서비스 1위 자리를 위협받게 되었다. 애플은 2014년 비츠 뮤직을 인수하고 2015년 애플 뮤직을 뒤늦게 출시했지만 현재까지도 스포티파이에 밀려 구독자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튠즈의 서비스 중단은 콘텐츠 다운로드 시대가 스트리밍 시대로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자신의 로컬 디바이스에 파일을 소유하는 대신 클라우드에 저장된 음원에 접근하는 방식이 대세가 된 것이다. 음악 뿐 아니라 영상 (넷플릭스, 훌루 등), 전자책 (킨들, 오더블 등), 게임 (PS Now, 스타디아 등) 같은 다른 콘텐츠 분야에서도 스트리밍은 주도적인 비즈니스 전략이 되고 있다. 이 점에서 아이튠즈는 콘텐츠 다운로드 시대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클라우드 시대의 음악 플랫폼은 1) 개인화, 2) 구독형 결제 3) 장르 중심 서비스를 키워드로 하고 있다.

1) 플랫폼 입장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더 심도있게 모을 수 있게 되면서 개인별로 정교한 추천이 가능해졌다. 성별이나 연령 뿐 아니라 선호 장르, 즐겨듣는 곡, 현재 감정 등에 따라 다양한 플레이 리스트를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제작자 입장에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창작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되었다. 대규모 글로벌 팬덤과 소규모 매니아층에 대한 접근이 동시에 쉬워졌다는 점은 제작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2) 결제 방식이 곡당 결제가 아닌 기간당 결제, 즉 구독형 결제가 음악 콘텐츠 소비의 주요 형태가 되었다는 점도 플랫폼과 제작자에게 여러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그 중 판매 가격을 제작자가 아닌 플랫폼이 정한다는 점에서 제작자의 수익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 하반기 애플 카드가 출시될 예정인데 그에 따라 애플이 콘텐츠 별로 어떤 페이먼트 정책을 수립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3) 클라우드 기술은 그 동안 디지털 플랫폼에서 전면에 나서지 못한 음악 장르가 자신만의 마켓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프라임포닉 (Primephonic)과 이다지오 (Idagio)가 대표적이다. 최근 포브스에 실린 프라임포닉 CEO 토마스 스테판 (Thomas Steffens)의 인터뷰에 따르면 스포티파이 알고리즘은 클래식 음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장을 구분하거나, 동일한 곡도 연주자마다 다른 버전이 있다는 특징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클래식만을 위한 데이터 분석과 서비스가 필요하고,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쇼미더머니, 미스트롯 등 특정 장르의 음악 프로그램이 보여준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이 트렌드는 국내에 해당 장르만의 마켓이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플랫폼 관점에서 프라임포닉처럼 각 장르별로 고도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아이튠즈 시대는 막을 내린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음악을 들을 것이고, 당분간 스트리밍 플랫폼이 그 중심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OSX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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