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인터넷의 태동기에 창립된 아마존 (Amazon)의 기업가치는 현재 2,470억 달러 (약 292조 원)에 달하지만, 사실 수익성이 높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이 잘 운영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효율성 추구에 있다. 아마존은 데이터에 기반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직원 개개인들의 성과가 Anytime Feedback Tool 이라는 동료 상호 평가 시스템에 의해 상시적으로 체크되고 있다. 아마존의 물품 창고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통제된다. 구매 주문이 들어오면 시스템은 바로 그 상품의 위치를 파악하여 알려주며, 인간 직원은 그 곳에 가서 상품을 가져오는 일만 한다. 창고 내에서 물품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품목 별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랜덤인 양 진열되어 있는데, 이는 사실 비슷한 물품들 사이에서 직원들이 헤매지 않고 바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직원들은 지정된 위치로 가서, 상품을 스캔하여 맞는지 확인하여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모든 제품의 위치는 실시간으로 파악된다. 또한 상품 스캐너를 통해 몇 초 안에 다음 상품을 가져와야 하는지를 보여주어, 직원들의 성과 측정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물품 배송 과정에서 인간 직원들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자동화 기술의 발전과 드론 배송 시대 도래에 따라 이마저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tN 인사이트: 산업화 이후로 효율성 제고라는 명목으로 기업들이 자동화 설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인간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어가거나, 아니면 기계의 지배를 받는 위치로 계속 해서 평가 절하 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근미래에는 소수의 ‘선택된’ 인간들이 기계를 이용해서 다수의 인간들을 통제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 디스토피아 (Dystopia)적인 SF 소설들에서 묘사한 것처럼 기계가 인간 위에서 군림하고 통치하는 일은 아직 요원할지 몰라도, 그들이 생각했던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서 시작되고 있는 게 아닐까. 인간의 행복을 위한다고 말하는 기업들과, 하지만 그 안에서 갈수록 인간성을 잃어가는 사람들, 그 댓가로 얻은 보상으로 다른 기업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누리는 행복, 이 연결고리가 보여주는 부조화와 모순은 우리가 IT를 활용한 혁신과 효율이라는 명제를 쫓으면서도 늘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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