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웨이보 (Weibo)가 작성자의 위치 정보를 표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계정 사칭, 가짜뉴스, 루머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작성자의 위치 정보는 IP를 바탕으로 중국 국내 사용자의 경우 도시가, 해외 사용자들은 국가가 프로필 영역과 댓글 부분에 표시된다. 웨이보의 위치 정보는 사용자가 임의로 켜거나 끌 수 없게 설정된다. 웨이보는 이번 조치로 사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앱 사용 경험이 향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웨이보의 위치 정보 표시 이후 발견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빌 게이츠, 팀 쿡 등 유명 미국 기업가의 이름으로 운영되던 웨이보 계정이 사실은 미국이 아닌 중국 내에서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SCMP)에 따르면 빌 게이츠의 웨이보 계정은 허난 지역, 일론 머스크의 계정은 베이징, 팀 쿡의 계정은 상하이에서 각각 운영되고 있었다. SCMP는 중국 내 에이전시가 이들을 대신해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홍보 계정이라고 봤다. (현재 이들 계정의 위치는 해외 혹은 미국으로 표시되고 있다)
또 웨이보의 위치 정보 표시로 인해 그동안 애국주의 활동으로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인물들이 해외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Quartz에 의하면 애국주의 영화의 주연 배우,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지 말라고 주장한 칼럼니스트, 홍콩 시위대를 비난했던 사회운동가 등 유명 인사들이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웨이보를 운영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평소 주장과 달리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팔로워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웨이보의 사용자 위치 공개는 중국 국가인터넷판공실 (CAC, Cyberspace Administration of China)이 2021년 10월 발표한 ‘인터넷 사용자 계정 정보 관리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규정은 깨끗한 사이버 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웨이보 외에도 12억 사용자를 보유한 위챗 (WeChat), 중국판 틱톡으로 불리는 더우인 (Douyin), 쇼핑앱 샤오홍슈 (Xiaohongshu) 등 여러 앱들이 사용자의 위치를 공개하는 조치를 규정 발표 이후 취했다.
테크니들 인사이트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약 9억 명이며 앱은 300만 개 이상이 운영되고 있다. 중국은 그간 체계적인 개인정보보호법이 존재하지 않다가 2021년 11월에 단일화된 법체계를 마련, 시행에 들어갔다. 그래서 최근 중국의 온라인 사이트나 모바일 앱에서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거나 가짜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웨이보의 사용자 위치 정보 공개도 이런 맥락에서 적용된 변화다. 이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찬반이 뚜렷하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반면 계정 사칭이 줄어 정보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어느 쪽 의견이 맞다고 평가하긴 이르지만, 중국의 단일화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자율보다 통제에 방점을 둔 것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