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가장 빨리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 – 고릴라스 (Gorillas)

요즘 독일 스타트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 중 하나는 빠른 배송 전쟁이다. 특히 식품 위주의 생필품을 ‘10분 안에 배송’ 한다는 모토를 가진 고릴라스(Gorillas)가 핫한 스타트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릴라스는 출시 9개월 만에 2억 4,500만 유로의 투자를 유치했고, 10억 유로 이상의 가치를 가진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지금까지 독일 스타트업 중 최단기간 에 유니콘이 된 주인공이다. 

생필품 10분 내 배송 서비스 – 고릴라스

고릴라스의 배송은 주로 전기 자전거로 이루어지고, 물건 가격은 일반 소매점과 같으며 배송료만 1.80유로가 추가된다. ‘10분 배송’이라는 파격적인 속도와 저렴한 배송료로 큰 화제를 모았고 고릴라스가 과연 정말 10분 안에 배달이 되는지 실험하는 영상과 글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10분이 아니라 ‘10분도 안 되어’ 물건이 도착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릴라스 앱

고릴라스는 2020년 5월, 카안 수메시 (Kağan Sümer)와 요르크 카트네르 (Jörg Kattner)가 베를린에서 공동 창업했고, 함부르크, 쾰른 등 독일 대도시 16개,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네덜란드의 도시 9개,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유럽의 29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다. 5월부터는 미국 뉴욕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CEO 수메시는 터키 출신으로 이스탄불의 베인 앤 컴퍼니 (Bain & Company)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베를린으로 건너와 로켓 인터넷 벤처 (Rocket Internet Venture)를 공동 창업했다.

그는 기존 슈퍼마켓 시스템이 고객이 아닌 공급망 우선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소비자 니즈를 중심으로 설계된 슈퍼마켓 서비스를 고민하였다. 공동 창업자인 카트네르도 고릴라스를 설립하기 전 밀키트로 유명한 헬로프레쉬 (HelloFresh)의 COO를 역임하는 등 배송 산업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유럽의 빠른 배송 서비스 이끄는 독일 시장

독일에서는 코로나 이후 생필품 배달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슈퍼마켓 체인 레베 (REWE)는 2011년 처음 배달 서비스를 오픈했고, 점차 이를 확대해 2015년부터는 온라인 쇼핑과 배달 서비스를  본격 홍보했지만 배달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독일 내에서 특별한 성장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며 슈퍼마켓에 생필품이 동나는 현상이 발생하며 통조림, 절임 식품 등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식품 위주로 온라인 주문이 크게 늘었다. 이후 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며 온라인 주문이 늘었다.

독일 전자 상거래 산업 협회에 따르면 온라인 식료품 거래 매출은 2020년 2분기에 급격히 증가해 전년 대비 89.4 % 늘어난 7억 7,200만 유로에 달했다. 이제 온라인 생필품 주문・배달 시장은 독일 전체 식료품 시장의 약 14%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독일의 아마존 프라임 나우 (Prime Now)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새로운 기회를 갖는 모습이다. 당분간 생필품 배달 서비스를 아마존 프레시 (Amazon Fresh)로만 운영하고 현재는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생필품 배달 서비스의 각축전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고릴라스의 성장 전략

이런 가운데 고릴라스의 목표는 명확해 보인다. 레베나 아마존과 대결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고릴라스의 타깃층은 ‘갑자기 음식 재료와 생필품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즉 정기적으로 식료품을 배달받거나 1주일치 장을 한꺼번에 보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서비스는 아니다. 고릴라스의 모토는 ‘당신보다 빠르다 (faster than you)’로 슈퍼마켓에 가서 쇼핑을 하는 시간보다 빠르게 필요한 물건을 배송하겠다는 컨셉이다.

고릴라스가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는 핵심은 ‘마이크로 창고’다. 주요 지역마다 고릴라스가 직접 운영하는 마이크로 창고가 있고, 그 창고는 약 1,000가지 종류의 생필품을 보관하고 있다. 주문과 동시에 숙련된 직원들이 포장을 시작하면 약 1~2분 내로 대기하고 있는 라이더들에게 전달된다.

라이더들은 고릴라스에 직접 고용되어 있고, 대부분 그 지역 지리를 잘 꿰고 있다. 라이더들이 물건을 받아서 배송하기까지는 약 5~8분이 소요된다. 

고릴라스의 사업 아이디어는 CEO 수메시의 어릴 적 경험에서 나왔다고 한다. 저녁을 준비하던 어머니가 중요한 재료인 빵과 계란 2개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길 맞은편 동네 슈퍼에 전화를 걸어 배달을 부탁하면, 슈퍼 점원이 10분 안에 물건을 배달해주었다고 한다.

수메시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다듬었고 그 ‘원시성’을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회사 이름도 ‘고릴라스’로 짓게 되었다. 그리고 간식, 아이스크림, 술 배송 서비스를 하는 미국의 goPuff와 터키의 Getir를 롤모델 삼아 베를린에서 일을 벌이게 되었다. 

Flink와 Bring, 고릴라스를 위협하다. 

고릴라스가 출시되자 비슷한 서비스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Flink와 Bring이 고릴라스의 대표적인 경쟁사로 꼽힌다. 마이크로 창고에서 한정된 지역 내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고릴라스는 재고가 금방 떨어지는 경우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사용자 리뷰에서도 이 점이 가장 큰 불편 사항 중 하나로 꼽혔다. ‘나보다 빠르다고 해서 급히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있었는데, 나보다 빠른 고릴라스 서비스를 경험하기 전에, 나보다 빠른 결제자를 먼저 경험했다’는 후기도 눈에 띈다. 

이러한 상황에서 Flink와 Bring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된다. 고릴라스에서 물건이 떨어지면 이와 동일하게 운영되는 Flink나 Bring에서 주문하면 되기 때문이다. Flink와 Bring은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방식이 고릴라스와 거의 똑같기 때문에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아직 예측 불가다.

특히 Flink는 초기 투자액, CEO 경력 등이 고릴라스와 놀랍게 닮아 있는데, 거대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고릴라스의 가장 큰 경쟁 상대로 꼽힌다.

고릴라스, Flink, Bring 비교 영상

테크니들 인사이트

고릴라스는 현재 라이더를 포함한 약 1,00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고, 독일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지만, 서비스 오픈 1년이 채 안된 시점인 지난 2월에 공동 창업자 카트네르가 사임하는 등 내부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Zapp, Dija, Weezy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경쟁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그 미래를 예측하기가 현재로선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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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개발에 진심이며, 기술을 예술적으로 활용하여, 개인의 삶이 좀 더 나아지고 공동체가 지속 가능하기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