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1995년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그런데 이틀 만에 자퇴했다. 당시 실리콘밸리에 불던 인터넷 붐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를 세운 다니엘 엑은 2002년 스웨덴 왕립 공대에 입학했지만 8주 만에 그만뒀다. 일론 머스크와 비슷한 이유였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워즈니악, 잭 도시, 빌 게이츠, 트래비스 칼라닉 (전 우버 CEO) 등도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 (그리 새로운 질문은 아니지만) 가방 끈의 길이와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는 큰 상관이 없는 것 아닐까?
채용 공고에서 4년제 대학 졸업 요건을 없애는 미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학력 (degree-based)이 여전히 중요한 채용 요건이긴 하지만, 지원자가 가진 기술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방식 (skills-based)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버닝글래스 인스티튜트 연구진이 2017년부터 2021년 3월까지 공개된 5천1백만 건의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다. (The Emerging Degree Reset 보고서)
학력 요건이 명시된 채용 공고의 전체 비중은 2017년 51%에서 2021년 44%로 줄었다.
직무별로 살펴보면 2021년 현재, Computer Support Specialist (24%), Software QA Engineer (54%), Network Administrator (52%)가 학력 요건을 명시했다. Software Developer의 경우는 채용 공고의 60%가 학력 요건을 규정하고 있었다.
주요 빅 테크 기업만 살펴보면 오라클은 Software Developer (99%), Software QA Engineer (100%), Network Administrator (100%) 수준으로 학력을 철저히 제한했다.
반면 IBM은 Software Developer (31%), Software QA Engineer (29%), Network Administrator (34%) 수준으로 채용 문턱을 많이 낮췄다. 엑센추어도 학력 요건이 있는 채용 공고 비중이 전체 평균보다 낮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Network Administrator 공고는 10건 중 약 2건만 학력 요건이 있었다.
Computer Support Specialist 직군의 경우 문턱이 더 낮아 아마존 11%, 엑센추어 9%, HP 6% 수준이었다. 이들 채용 공고 10건 중 약 9건은 해당 회사에 학력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었던 셈이다.
테크니들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학력은 지원자의 소프트 스킬 (soft skill) 즉 의사소통 능력, 집중력, 협동심 등을 간접 확인할 수 있는 여전히 중요한 지표다. 기업들의 학력 제한 철폐는 주로 중급 기술로 분류되는 직군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고급 기술 직군으로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비대면 업무가 일반화되고, 코딩 등 실무 능력이 중요한 테크 기업 중심으로 학력보다 실력을 기준으로 구직자를 선발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백악관이나 미국 정부 기관들도 IT 직군 채용에서 학력을 보지 않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리포트는 전하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 학력 철폐 사례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과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의 불균형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교육 기관, 기업, 정부 관계자 등이 함께하는 Open Skills Network 같은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기술을 습득하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자격증, 온라인 교육, 구직 사이트 등에서도 그에 맞춘 공급을 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