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eBay에 변화를 촉구하다

미국 뉴욕 소재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Elliott Management Corporation, 이하 엘리엇)가 미국 대형 이커머스 기업인 이베이 (eBay) 경영진에게 부진한 경영 전략의 전반적인 수정을 요구함과 동시에 5가지 대안을 담은 공개 서한을 보냈다.

엘리엇은 이미 이베이의 지분 4% (15억 달러, 약 1.6조원)을 매집하여 주요 주주로써 현 경영진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이번 공개 서한에서 이베이가 세계적 수준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심지어 업황이 상당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쟁 기업이나 테크 기업들 대비 주가 상승률이 심각하게 저조해 낮게 평가 되어 있음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요구 조건 1) 온라인 티켓 거래 업체 스텁헙(Stubhub)과 유휴 자산 매각 2)이커머스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3)방만한 조직구조 개편과 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성 증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베이측은 엘리엇의 공개 서한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Carefully Review) 이라고 밝혔다.

techNeedle Insight

1977년 미국 뉴욕에서 변호사 출신의 금융인 폴 엘리엇 싱어(Paul Elliott Singer)가 설립한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큰 행동주의 전략 헤지펀드 중 하나이며 그 규모는 350억달러(약 38조원)에 달한다.

‘행동주의(Activism)’전략이란 특정 기업의 회사 지분을 일정 부분 매집한 뒤에 주요 주주로서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경영진에 제안해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는 것을 말한다. 주주가치 향상을 위한 이들의 주된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이사 선임/해고 요구를 통해 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적인 개입
2) 연간 투자 금액 대비 내부 유보 현금이 많을 경우 주주이익 환원을 위해 배당 확대 요청
3)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 요구
4) 불필요하거나 골치거리인 자산이나 사업 등을 매각 요청 – 주주가치 훼손 최소화
5)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

이들은 일반적인 펀드들의 운용방식과는 달리 기업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여론을 이용하기도 하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기관 투자자들이나 펀드와 적극적으로 연대해 협상력을 극대화 하기도 한다. 엘리엇이 이베이에 보낸 공개 서한은 주로 경영 전략 수정, 자산 매각,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엘리엇의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베이 주가는 최근 4개월내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의하면 행동주의 펀드의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1,800억 달러(약 198조원)에 달하며 이는 2000년대 초 대비 약 14배이상 커진 것이다. 이들 행동주의 펀드들에 꾸준히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이들의 적극적 주주권익 요구가 성공적이었을 경우 달성할 수 있는 수익률이 일반적인 헤지펀드들의 수익률보다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 기회를 찾지만 많은 경우 회사 경영진의 성과와 전략이 회의적이거나, 투자와 배당금 대비 회사에 과도하게 현금을 쌓아놓고 있거나, 혹은 기업 지배구조 자체가 취약점이 보인다고 판단되는 경우 크기와 업종을 불문하고 집중적으로 해당 회사 주식을 매입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말 그대로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행동”에 들어가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러한 펀드들의 타겟은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같은 실리콘밸리 테크 회사들부터 소비재 기업인 피앤지(P&G)나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등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폭넓고 다양하다. 특히 애플의 경우 매년 막대한 투자와 배당을 지급함에도 불구하고 2018년 현재 2,370억달러(약 26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중이라 많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배당 확대를 요구했고, 애플은 이에 자사주 매입 확대를 통해 이들과의 갈등을 어느 정도 해결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합병 반대를 행사했던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을 요구했고 얼마 전에는 현대차의 지분을 매입해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토종 주주행동주의 펀드인 KCGI (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강성부 대표가 책임을 맡은 ‘강성부펀드’는 최근 한진그룹 계열사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하고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 사업전략 및 구조조정방안 등을 요구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펀드들이 부담스럽고 눈엣가시처럼 보일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적극적인 경영 개입 시도를 통한 주주 이익 추구가 기업 활동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언론이 기업 입장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을 “흔든다” 혹은 “공격” 한다고 비난섞인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들이 그들의 목소리와 이익을 대변해줄 수 있기 때문에 환영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재벌 대기업들 대부분이 다수의 일반 소액주주나 투자자들보다 그룹 오너 일가와 일부 대주주에 유리한 의사 결정을 많이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지분율과 상관없이 계열사 전체를 한몸처럼 지배하는 족벌 경영 체제와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기업지배구조의 구조적 취약함이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출처: Techcrunch, TheStreet, World Economic Forum, Harvard Business Review, Businesspost, 한국일보

Written by

미국 켈로그 MBA 졸업후 현재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전엔 뉴욕과 한국의 자산운용사에서 일했습니다. 산업 생태계와 라이프 스타일의 좀 더 나은 발전을 위한 다양한 기술 혁신,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하는 모든 투자 활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적인 블로그 JHK’ blog 를 운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