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 (이하 GenAI) 시장이 커지며 대기업의 투자는 물론 새롭게 등장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습니다. 이에 GenAI 기업의 문을 두드리려는 구직자들이 많습니다. 향후 뚜렷한 성장이 예측되는 분야인 만큼 안정적이면서도 유망한 커리어를 쌓고 싶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GenAI 분야가 초창기인 만큼 직무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구직자들을 흔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GenAI 분야는 현재 활발한 연구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이므로 변화무쌍하고 예측이 쉽지 않은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 좋은 참고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GenAI 기업들의 인재 모집 공고입니다.
인재 모집 공고는 마치 사용 설명서와 같습니다. 사용 설명서에는 제품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사용 설명서를 잘 읽으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예상되는 위험이나 부작용은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인재 모집 공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직무에 대한 핵심 팩트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유일한 정보가 바로 인재 모집 공고입니다.
따라서 GenAI 기업들의 인재 모집 공고 페이지를 자세히 살펴본다면 지원자에게는 유익한 직무 정보가 될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본 리포트는 GenAI 시장의 양대 산맥인 Anthropic과 OpenAI의 인재 모집 공고를 분량상 Engineering과 Research 직군에 집중해 살펴보겠습니다. (*본 리포트는 2024년 3월 중순 시점에 각 기업의 인재 모집 페이지에 공개된 내용만을 담고 있으므로 일부 정보가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성능과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 Anthropic
가장 먼저 살펴볼 인재 모집 공고는 OpenAI의 경쟁사로 떠오른 Anthropic의 공고 (https://www.anthropic.com/careers) 입니다. 최근 Claude 3를 공개한 Anthropic은 뛰어난 성능뿐 아니라 안전한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는데 특히 해석과 제어가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nthropic은 인공지능 기술이 사회와 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Anthropic의 특징 혹은 경쟁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창업자들의 출신인데, 대다수가 OpenAI의 Safety 팀 출신입니다. 특히 현재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 (Dario Amodei)와 다니엘라 아모데이 (Daniela Amodei) 남매가 창업 멤버 중 일부라는 것도 유명합니다.
Anthropic의 전형 절차는 7단계로 1) Resume, 2) Exploratory chat, 3) Skills Assessment, 4) Team Screen, 5) Interview Panel, 6) Final Checks, 7) Offer 입니다. 모든 단계가 중요하지만 특히 5번째 단계인 Interview Panel 에서는 1시간 분량의 기술 인터뷰 (technical interview)를 3~4번 가량 치러야 하는 난관이 있습니다.
직무별 세부 내용을 보기 전 Anthropic이 인재 모집 공고 페이지에서 밝힌 기술 인터뷰, 학위 조건, 비자 지원, 인턴십 등 전반적인 내용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Anthropic은 인공지능 개발 기업이므로 기술 인터뷰에 대한 안내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Anthropic의 기술 인터뷰는 크게 ‘Engineering’과 ‘Research’ 분야로 나뉘며, 각 지원자에게는 분야별 맞춤형 인터뷰가 주어집니다.
Engineering 분야 인터뷰는 보통 Google Colab과 같은 파이썬 IDE에서 진행됩니다.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링 면접은 자바스크립트로 진행됩니다. 예시 질문은 “저희가 구축한 스택의 컴포넌트에 대한 설명을 드릴테니 한 시간 안에 이것의 토이 버전 (toy version)을 다시 구현해 줄 수 있나요?” 같은 것입니다. 온라인 코딩 인터뷰 서비스인 LeetCode의 문제보다는 양이 많고 Anthropic의 개발 과정에서 흔히 만나는 상황들이 출제됩니다.
Anthropic은 지원자가 어떤 과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에 관심이 많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글 검색이 허용되지만, 파이썬 구문과 표준 라이브러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유심히 봅니다. 인공지능 기업이지만 머신러닝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없어도 된다고 공고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파이썬에 익숙하지 않으면 면접에서 실패할 수 있다고 합니다.
Research 분야 인터뷰는 Engineering 분야보다 좀 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개발 관련 질문이 포함되지만 Anthropic과 지원자가 연구에 대한 방향성이 일치하는지 즉 핏 (fit)이 맞는지도 중요합니다. 과거 연구 경험과 동기에 대한 질문이 있을 것이며 지원자가 Anthropic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도 주어집니다.
현재 채용 중인 직군은 엔지니어링 뿐 아니라 마케팅, 디자인, 재무, 법무, 인사 등 다양합니다. 특히 가장 많은 인원을 뽑고 있는 직군은 Research입니다. 세부적으로 Finetuing Infrastructure, LLM Scaling, Trust & Safety, ML System, Alignment Science, Interpretability, Model Evaluations, Societal Impacts 등의 주제에 대한 포지션입니다. 머신러닝이나 언어모델 자체에 대한 연구직은 물론 책임감 있고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모델과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연구직도 뽑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ngineering 직군은 ‘Android Engineer’, ‘Software Engineer’, ‘Solutions Architect’, ‘Technical Program Manager’ 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엔지니어링 직군에서도 Trust & Safety 분야를 별도로 뽑고 있으며, 특정 기업을 위한 맞춤형 시스템 개발 직군도 뽑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재 모집 공고에서 볼 수 있듯 Anthropic은 성능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합니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인공 일반 지능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모델의 성능 향상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 전략은 해당 모델의 사업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힐 수 있으며 인공지능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국가에서는 글로벌 확장 또한 어려울 수 있습니다. OpenAI Safety 팀 출신들이 창업한 회사답게 인공지능 모델 성능과 안정성의 밸런스에 대한 지향점이 인재 모집 공고에도 그대로 묻어납니다.
AGI (인공 일반 지능) 개발의 프론티어 – OpenAI
이어서 OpenAI의 인재 모집 공고 (https://openai.com/careers)를 살펴보겠습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OpenAI는 ChatGPT, DALL-E, Whisper, Sora 등을 공개한 GenAI 업계의 리더입니다. Anthropic의 인재 모집 페이지가 ‘What We Offer’ 즉 입사자들에게 제공되는 복지 혜택으로 시작한다면 OpenAI의 인재 모집 페이지는 다음과 같은 문장과 함께 OpenAI가 지향하는 Core Values로 시작합니다.
The development of AI must be carried out with a knowledge of and respect for the perspectives and experiences that represent the full spectrum of humanity.
AI 개발은 인류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하는 관점과 경험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지식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OpenAI의 5가지 Core Values는 1) AGI focus, 2) Intense and scrappy, 3) Scale, 4) Make something people love, 5) Team spirit입니다. 가장 처음으로 언급되는 ‘AGI focus’는 OpenAI의 목표가 단순히 자동화를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 아닌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안전하고 유용한 AGI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로 언급된 ‘Intense and scrappy’는 OpenAI가 근면하고 성실한 인재 혹은 화려하진 않지만 필요한 일은 묵묵히 해내는 인재를 찾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 ‘value’는 ‘규모’ 혹은 ‘확장’으로 해석되는 Scale입니다. 규모가 있는 모델과 시스템,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프로세스 등에 대해 고민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value는 ‘Make something people love’와 ‘Team spirit’입니다. 사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를 만들고, 팀원들과 협업하는 능력을 지원자들이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OpenAI의 인재 모집 페이지에 따르면 오피스는 아일랜드 더블린, 런던, 뉴욕 (원격),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며 현재 31개에 달하는 팀에서 다양한 포지션의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그중 Engineering 직군은 현재 Full Stack Engineer (Leverage Engineering), DL SW/HW Codesign Engineer, Fraud Technical Investigator (Platform Abuse) 등 3곳을 뽑고 있습니다.
공고에 따르면 Full Stack Engineer (Leverage Engineering) 포지션은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만능 개발자에게 어울리는 직군입니다. 사내 다양한 직군들과 소통하며 어려움을 청취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측면에서 다각도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서비스 개발을 처음부터 해본 창업자나 개발자 경험을 이 직군에 필요한 경력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DL SW/HW Codesign Engineer 포지션은 딥러닝에 필요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파트너사와 함께 진행합니다. 딥러닝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반도체 개발 경력이 있으면 좋다고 합니다.
Fraud Technical Investigator (Platform Abuse) 포지션은 OpenAI 시스템의 부정적 남용(어뷰징) 시도에 대해 기술적으로 분석, 탐지하고 대응하는 업무를 맡습니다. 중요한 수비수 역할을 하는 직군으로 업무 특성상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를 처리할 수 있으며 정규 근무 시간 외에 긴급한 대응을 해야 할 수 있는 포지션입니다.
연구 직군은 현재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Kernel Engineer’와 ‘HW/SW Co-design Engineer’ 2개만 오픈되어 있습니다. Kernel Engineer는 GPU 커널을 위한 연구 엔지니어로서 모델 훈련과 추론을 위한 고성능 커널을 머신러닝 엔지니어와 함께 개발하게 됩니다. 효율성을 살리기 위한 저정밀 (low precision) 머신러닝 알고리즘 연구도 담당합니다.
HW/SW Co-design Engineer는 하드웨어 공급업체와 협력해 우수한 성능의 하드웨어를 함께 설계하고 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성능 측정 지표 등을 마련하는 역할도 합니다. 사내에서 머신러닝 엔지니어, 커널 엔지니어, 컴파일러 엔지니어 등과 협업해 모델 학습과 추론에 적합한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연구 개발하게 됩니다.
테크니들 인사이트
GenAI 분야의 대표 기업 Anthropic과 OpenAI의 Engineering과 Research 포지션 공고를 살펴봤습니다. Anthropic은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안정성, 투명성, 설명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 인력을 적극 찾고 있으며 개발 인력 채용 또한 동일한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Anthropic보다 업력이 긴 OpenAI는 미국, 영국, 아일랜드에 위치한 오피스에서 다양한 직군의 인재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인재 채용 철학 5가지를 밝히며 AGI 개발을 향한 OpenAI의 뚜렷한 의지, 성실하고 자발적 태도를 가진 인재상 등을 모집 공고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Anthropic과 OpenAI 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인공지능 기업들이 인재를 적극 채용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지원자라면 자신의 성실함을 증명할 수 있는 성과물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