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7에 헤드폰 잭 없앨 예정

애플은 기존에 어떤 헤드폰도 연결할 수 없는 ‘헤드폰 잭 없는 아이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새로운 아이폰은 기존에 충전 단자로 쓰인 라이트닝 포트(Lightning port)에 연결해야 하며, 새로운 아이폰 구매자들은 블루투스 헤드셋이나 라이트닝 포트에 연결할 수 있는 동글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애플은 아이폰 첫 버전의 동그란 헤드폰 잭 부터 시작해서 애플 제품에 포트를 만들었다 없앴다 하며 소비자들의 불평 불만을 달고 다녔다. 2008년 맥북에어에선 CD롬을 없앴고, 2012년 아이폰5 공개 시 30핀 포트 단자를 없애고 라이트닝 포트로 바꾸었다. 30핀으로 제조된 악세사리는 모조리 쓸모 없게 되었다. 이 탓인지 이후 독(Dock) 제조업체는 라이트닝 포트가 탑재된 독을 만들지 않고 블루투스 무선 연결로 방향을 틀었다. 2015년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맥북에는 불필요해진 랩탑 포트를 모조리 정리했다. 이어폰 단자만 빼고. 가장 최근의 맥북은 USB-C라 불리는 포트 하나만 두고 모두 없앴다. 뒤돌아보면, 이런 불평 불만은 곧 잦아들었고 역사적으로 아이폰5를 포함해 애플은 똑똑한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단 하나의 포트만 남겨둔 맥북은 잘 한 결정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애플 회계연도 기준 초기 9개월 간의 맥 판매량은 8% 하락했다. 애플은 코멘트를 거절했다.

[insight]그동안 애플의 제품 변화를 보면 거추장스러운 군더더기를 제거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옳은 결정이었든 아니었든 말이다. 아래 아이팟(iPod) 광고를 보면 새하얀 헤드폰 줄로 애플 제품을 더욱 부각시켰다. 애플이 원래부터 헤드폰 잭을 싫어했던 건 아니다. 다만 시대가 변한 것 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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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장년 층이 안드로이드 폰을 구매하기 시작했을 때, DMB(안테나를 뽑고 TV를 보는) 탑재 여부는 꽤 중요한 요소였다. 삼성이 언제부터 DMB를 제품 기능에서 빼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으나 당시에는 꽤 고심되는 부분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하위 호환성이 깨지는 시점들이 다른 기업에도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처음 닷넷 프레임워크를 출시하며 상당한 비판을 받았었고, 엑스박스 원(XBOX ONE)을 출시하면서는 구작 게임이 플레이 되는 하위 호환성을 포기하며 제품을 출시했다. 조금은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파이썬은 2.x 버전에서 3.x 버전으로 메이저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상당한 하위 호환성을 포기했었다.

대중적으로 어떤 기능이 이미 유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거기엔 이미 혁신은 없어진지 오래이니 말이다. 핵심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시장을 선도하며 대중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할까. 다시 헤드폰 잭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래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가정 했을 때 독자 여러분들이 애플 CEO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전제조건: 대중은 애플에 혁신을 원한다. 그리고 대중은 애플에 헤드폰 잭이 없어지지 않기를 원한다.)

(1) 대중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때(예를 들어 10% 미만으로 사용할 때) 헤드폰 잭을 없앤다.
(2) 무선으로 동작하는 다른 차세대 장치가 시장을 관심을 받기 시작할 때, 즉 대중은 확신이 없고 얼리 아답터가 시장을 선도할 때 헤드폰 잭을 없앤다.

분명 기업이든 개인이든 레거시(legacy)의 함정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을 갖고 어쩔 수 없는 결정을 해야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정답은 없다. 확신에 따른 실행과 결과만 있다. 이제 남은 건 애플이 어떻게 실행하고 확신을 사실로 만드는 지 지켜보는 일 뿐이다.[/insight]

관련 기사: WSJ | 관련 이미지: yti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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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ID, 스마트폰 영상처리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고 삼성테스코에서 이커머스 시스템을 담당했습니다. 현재 3D 입체영상 촬영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하드웨어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클라리넷 연주를 하며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