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바일 (T-Mobile)과 스프린트 (Sprint)가 4월 29일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 2017년 이후 세번째 시도로, 미 정부 승인시 무선 가입자 기준 9,800만명의 초대형 통신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버라이즌 Verizon 1억 1600만, 에이티엔티 AT&T 9,300만)
규제기관의 반대와 소프트뱅크 (SoftBank)의 경영권 요구로 인해 무산되었던 지난 시도들이 이번에는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그런데 양사는 왜 삼수까지 하며 합병을 추진하는 것일까?
첫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통신업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양사는 이번 합병으로 2017년 양사 EBITDA의 35%에 해당하는 60억 달러 (한화 약 6.5조 원)가 매년 시너지로 발생 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중복되는 통신망을 효율화함으로써 매년 40억 달러 (한화 약 4.3조 원)의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하니, 양사의 시너지 효과는 많은 수준 산업 특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스프린트의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2014년 스프린트의 티모바일 인수 무산 이후 티모바일은 언캐리어 (Un-Carrier)로 불리는 공격적 마케팅 (무약정 요금제, 스트리밍 데이터 무제한 지원, 잔여 데이터 이월 등)과 네트워크 품질 향상을 통해 2015년 하반기 스프린트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3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같은 기간 스프린트의 주가는 약 40% 하락한 반면 티모바일의 주가는 약 100% 상승했는데, 201억 달러 (한화 약 21조 원)의 막대한 부채를 통해 스프린트를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이러한 시장 상황이 부담되었을 것이다.
셋째, 티모바일 역시 네트워크에 공격적 투자를 하며 선두 사업자를 일정 부분 따라 잡았지만 5G 시장을 위해 스프린트가 보유한 고대역 주파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자율주행, VR/AR 등 차세대 서비스를 위해선 대량의 정보 전송이 가능한 고대역 주파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티모바일은 인수 발표 후 3년 간 400억 달러 (한화 약 43조원)를 투자하는 5G 상용화 계획을 공개하였다.
그러나 이번 합병 시도 역시 첫번째 시도처럼 규제 당국에 의해 무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 정부는 통신/미디어 산업에서 소비자 권익 감소를 우려해왔으며, 같은 논리로 에이티엔티- 타임워너 (AT&T-Time Warner) 합병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티모바일과 스프린트는 5G의 전국 상용화, 통신비 인하, 일자리 창출, 통신 커버리지 확대 등을 합병 논리로 내세우며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다수의 투자 은행들이 성공 가능성을 낮게 예측하는 등 상황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번 계약에 합병 무산에 대한 위약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참고로 에이티엔티는 2011년 티모바일 인수 추진 시, 정부 승인 절차에서 거부되어 티모바일에 10억달러 (한화 약 1조원)를 위약금으로 지불하였다.
테크니들 인사이트
스프린트의 주가가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인수 시점 대비 40% 하락했기 때문에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거래에서 소프트뱅크는 손해를 보며 스프린트를 엑싯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의 엑싯을 손해로 평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일지 모른다.
통신기술 (2G, 3G 등)의 변화가 통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왔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다가오는 5G 시대에 티모바일 CEO인 존 레저 (John Legere)의 강력한 리더십, 양사의 네트워크 시너지, 규모의 경제가 어떤 변화를 야기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티모바일과 스프린트는 버라이존, 에이티엔티와 다르게 통신시장에만 집중해왔다. 향후 이들이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미디어, 인터넷, IoT 등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의 심사가 내년 상반기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사의 합병 그리고 소프트뱅크의 엑싯이 어떻게 평가될지 기대된다.
관련 기사 및 이미지 출처 : Business Insider, NY Times, Droid-life, SandiegoUnionTrib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