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 테크 1편) 홍콩 시위를 이끄는 텔레그램의 3가지 기술적 특징

올해 3월 홍콩 범죄자를 중국으로 송환 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법’ 법안에 반대하는 첫 시위가 일어난 지 반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홍콩 현지 분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6월 11일 홍콩 당국은 법안 추진의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으나 송환법의 공식 철회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시위대가 요구하는 5가지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홍콩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중국과 홍콩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시위가 홍콩 대학가로 확산되며, 시위대는 10대나 20대의 젊은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위대는 현지 플랫폼인 LIHKG, 페이스북, 레딧(Reddit),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앱을 통해 시위 계획을 세우고, 전 세계에 홍콩 사태를 알리기 위해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앱애니(App Annie)에 의하면, 홍콩 시위가 시작된 후 텔레그램 앱의 다운로드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기존 홍콩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던 메신저 앱은 왓츠앱이었는데, 시위가 확산되면서 신상정보 유출 문제에 민감해지고, 경찰과 중국 공안 당국의 감시를 피해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대안 앱으로 텔레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 메신저 앱, 텔레그램이 홍콩 시위의 주요 소통 채널로 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을 요약했다.

1) 홍콩 젊은층의 지지를 얻는 텔레그램의 기밀성

텔레그램이 개발된 배경이 러시아 정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비영리적,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많은 홍콩 시위대의 신뢰를 얻었다. 텔레그램은 현재 전세계 3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 메신저 앱이다.

러시아의 마크 주커버그라 불리는 Pavel Durov (러시아의 페이스북, VK.com 창설자)에 의해 개발되었다. 2011년 즈음 페이스북을 통해 아랍 민주화 운동이 확산되면서, 러시아 또한 VK.com을 통해 푸틴을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되었고,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VK.com에게 플랫폼 통제권을 요구하였으나 이를 거부한 Durov는 VK.com CEO자리를 물러나며, 결국 러시아를 떠나 뉴욕으로 건너가 텔레그램을 개발하였다 (현재 독일 기업으로 등록되어 있다). 

Durov는 지난 6월 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받았다 발표하며, 시점이 홍콩 시위 때인 것과 IP서버주소의 중국인 것으로 보아, 홍콩 시위 관련 정보를 해킹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소행임을 추측했다. 텔레그램은 이 사건 이후 홍콩 시위대의 신변 보호를 위해 사용자의 전화번호가 채팅 그룹 내 비공개로 전환 할 수 있는 새 기능을 추가 하였다. 사용자의 번호가 연락처에 등록되지 않아도 공개되는 와츠앱과 다르게 신변보호가 가능한 점에 있어 홍콩 시위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텔레그램 창설자 Durov는 홍콩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Privacy activist (프라이버시 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2) 텔레그램의 ‘E2EE (종단간 암호화)’를 통한 비밀 챗 기능

텔레그램은 MTProtocol이라는 자체 개발 프로토콜을 통해, 송신자와 수신자만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종단 간 암호화 기술 (End-to-end encryption)을 적용한다.

바이버, 위챗 등 대부분의 일반 메신저 앱이 사용하고 있는 Signal Protocol과 달리 텔레그램의 암호 프로토콜은 종단 간 암호화 (End-to-end encryption)를 통해 복호화 (decryption)가 가능한 비밀키로 이중 암호화를 구현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텔레그램 내 모든 메시지가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Secret Chat (비밀 챗)” 기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홍콩 시위대 뿐만 아니라 정치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텔레그램 내 그룹들은 중국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비밀 챗을 활용하기도 한다. 텔레그램 측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와이파이 라우터 소유자 등이 데이터를 가로채더라도 온전한 데이터 해독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3) 20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텔레그램 챗 인원 수

왓츠앱이나 iMessage는 채팅방에 수용가능 인원 수가 제한적이지만, 텔레그램은 20만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국내외 홍콩인, 외국인들을 포함해 많은 지지자가 필요한 시점에, 다른 메시지 서비스들과 차별화되는 이런 기능은 홍콩 시위대가 여러 채널을 운영하는데 큰 편리함을 준다. 

시위가 격화 되면서 홍콩과 중국 공안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MIT 연구원들에 의해 암호화 프로토콜에 대한 보안성 허점이 공개되고, 홍콩 당국에서 텔레그램 계정을 해킹을 시도하며, 왓츠앱의 대안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텔레그램도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아직까지 왓츠앱, 텔레그램 외에 새로운 메신저 앱이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테크니들 인사이트
현재의 홍콩 사태는 정치 권력과 첨단 기술(tech)이 충돌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예전의 시위 양태와 달리 글로벌 모바일 채널을 통해 시위를 계획하고, 실시간으로 개인의 다양한 목소리가 공유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에 홍콩의 상황을 신속하게 알림으로써 국제적인 지지를 호소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응답하듯 세계의 많은 개발자들과 창업자들은 홍콩 시위가 더 나은 환경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지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신원보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필자는 실제로 이 기회를 통해 Zero-knowledge proof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시위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려는 홍콩 창업자를 만나기도 하였고, 현지 플랫폼인 LIHKG가 활발해지며, 홍콩 시위 상황을 알리는 지도 앱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중국 정부 압박에 의해 애플 측에서 삭제하였다). 

그러나 텔레그램은 홍콩 시위대의 신변보호를 100% 보장 할 수 없다. 그 누구도, 그 어떤 기술도 홍콩의 내일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정의를 위해 싸우는 젊은 세대와 홍콩 국민 모두가 평온해질 수 있는 해결책이 하루 속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지 출처: BT, Algo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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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기업 Asurion APAC의 홍콩 지사 Marketing Manager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인턴 후, 레오버넷, 홍콩에서 블록체인 기반 빅데이터 스타트업에서 일했습니다. 아시아/중국 테크, 스타트업, 사회적 기업, AI, Green IT, Mobility Tech, 플랫폼에 관심이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통해 세상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