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타클라라(Santa Clara)에 본사를 둔 엔비디아(Nvidia)가 캘리포니아주의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로 부터 공공 도로에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이 허가를 받기 위해선 DMV의 테스트 프로그램을 통과해야 한다. 2016년 12월 8일 기준으로 이 허가를 받은 회사는 엔비디아를 포함해 총 20개다. 구글, 바이두(Baidu) 등이 이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자율주행차’라는 단어는 대중적으로 운전자 없이 스스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자동차 기술의 한 영역이란 이미지와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기존 자동차 업계의 강자들이 여기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테슬라와 같이 혁신을 추구하는 신생 전기차 회사들의 움직임도 그런 면에서 쉽게 이해되었다. 하지만 구글과 바이두는? 엔비디아까지? “왠 그래픽 카드 회사가 자율주행차를?”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이면을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사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와 자율주행차 개발과 관련해 상호간에 기술을 제공하고 돕는 파트너쉽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그들이 개발하는 플랫폼을 다른 자동차 제조회사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 하겠다고 한다. 애초에 목적이 자동차 그 자체가 아니란 말이기도 하다.
아래 영상을 먼저 보자. 엔비디아가 2016년 2월 자율주행 테스트를 시작할 때와 약 3,000마일(약 4,800Km)를 한달간 더 달리면서 딥러닝을 한 이후의 결과를 볼 수 있다. 딥러닝 전에는 장애물을 치고, 도로를 벗어나고, 돌발행동을 하는 등 운전자를 놀래키지만 한달 간 학습한 뒤의 주행 모습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를 누르면 엔비디아가 사물을 인식하는 CES 2016 데모영상을 추가로 볼 수 있다.
이런 성능 개선의 뒤에는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하는 GPU와 딥러닝이 있다. GPU는 적은 비용과 전력소모로 효율적 병렬처리를 가능하게 하면서 딥러닝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용덕 엔비디아코리아 지사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2개의 CPU를 가진 구글 서버 1,000개를 병렬로 연결한 1만 6천 코어의 50억 짜리 ‘구글 브레인’과 같은 수준의 머신 제작에 GPU를 활용하면 약 3,300만원 수준에서 구축할 수 있고 전기료도 60만 와트에서 4천 와트로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차 기술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엔비디아-바이두는 이런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20년 간 전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의 1/4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5 세계 경제 포럼 조사 결과 중국 소비자의 75%가 자율주행차에 탑승할 의향이 있다고 말해 미국의 50%보다 높은 성향을 보였다. 두 회사의 협력이 성공적일 경우 예상되는 결과는 상상 이상 일 것으로 보인다.
몇 달 전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ARM은 ARM 테크콘(TechCon) 2016에서 ARM 플랫폼에서 운용되는 딥러닝과 이미지 인식을 선보였다. 인텔 역시 자율주행차 개발에 $250M(약 2,900억)를 투자하고 델파이(Delphi), 모빌아이(Mobileye)와 협력해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했다. 아래는 관련 기업의 현재 주가지표다. 라데온(Radeon) 그래픽카드 시리즈으로 유명한 ATI를 AMD가 2006년 인수했기 때문에 AMD도 포함해보았다.
[accent]엔비디아의 캘리포니아 공공 도로 주행 허가 소식을 듣고 관련 동향을 나열해보니 ‘자율주행차(Self-Driving Vehicle)’의 ‘자동차’로 대표되는 이미지는 단지 하나의 매개였을 뿐 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구글도, 애플도, 엔비디아도 그리고 바이두도 모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차세대 먹거리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자율주행차의 껍데기를 벗겨보니 딥러닝이 나왔다.
작년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은 애플카 출시 루머를 두고 “전혀 두렵지 않다. 그건 우리가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했을 때 애플이 느끼는 것과 같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어쩌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진정 경쟁자가 만들고 있는 것은 자동차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accent]
[reference]이미지 출처: Nvidia[/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