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레포트에서 보던 것과 같이 길거리에서 특정인을 인식해 소득, 건강, 성격 등 개인 정보를 매칭하는 장면이 멀게만 느껴졌다면, 중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통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가점 제도 (social credit system)”을 보면 이러한 미래에 대한 윤곽은 그려져 있고 이제 구성 요소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인터넷 사용 정보를 파악하여 관리함으로써, 정부에서 장려하는 행동을 한 사람에게는 가점을 주어 직장 승진을 빠르게 하거나 공공 주택 분양 시 유리하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모습이다. 2013년 시행된 ‘노인 공경법’에 따라 모든 성인들이 60세 이상 부모를 일정 횟수 이상 방문하게끔 강제하고 이를 모니터링한 것이 하나의 예이다. 인터넷에서 ‘티벳 독립’이나 ‘천안문 사태’ 등의 키워드 검색에 대한 감시가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중국 내 모바일 및 인터넷 사용 인구가 증가하고 CCTV가 광범위하게 설치 (현재 항저우에 CCTV가 인구 수 기준 4배 크기인 뉴욕보다 더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됨과 동시에 중국 정부의 사회 통제 노력이 맞물리면서 이러한 변화는 가시화되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는 테크 회사들이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지만, 중국에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의 회사들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데이터를 제공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과도한 통제에 대한 일부 반대 여론이 있기는 하지만, 디지털 정보를 통한 사회 통제에 대한 정부의 계획은 야심차게만 보일 뿐이다.
[comment]빅데이터 시대가 되고 사생활 침해에 대한 논란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나, 중국에서의 변화는 이러한 논란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 같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윤리적 기준은 어디서나 일괄되게 통용되기보다는 사회 환경과 문화적 요인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이러한 계획에 대한 우려를 반박하는 논리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중국 내에서 페이스북 및 구글 등의 사용이 제한된 데에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 따르면 “중국 사회의 현 단계에 있어 통제가 전혀 없는 외부 사회와의 접촉은 과도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비슷한 논리에 의해 빅브라더 정부를 합리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첫 출현이 군사 목적 또는 학술 목적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전례를 생각하면 기술의 진화는 종종 비즈니스가 아닌 공공 부문에 의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즈니스에 의한 기술 전파는 여러 이해관계자 간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각본이 잘 짜여져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패턴처럼 중국 정부의 필요에 의해 개발된 통제 시스템이 빅데이터 기술의 진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실패한 프로젝트로 끝날지 현재로서 예측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개인 정보에 민감한 유럽에서조차 최근 몇 차례 테러를 겪고 나면서 수사 기관의 용의자 사생활 침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용인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을 보면 데이터 수집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중국의 빅브라더 정부 프로젝트가 이러한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comment]
[reference]The Economist[/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