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트래킹(eye-tracking) 기술을 보유한 독일의 SensoMotoric Instruments (이하, SMI)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트래킹 기술은 유저의 실제 시선 방향을 쫓아 이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저가 아이트래킹이 적용된 글래스를 착용하면 유저의 실제 시선 방향을 분석할 수 있으므로, 마케팅 또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래 유튜브 동영상처럼 테니스선수가 아이트래킹 글래스를 착용하고 플레이하면 선수의 실제 시선이 청색점으로 나타나므로, 이를 분석해 테니스 선수가 실제로 얼마나 공을 잘 보면서 치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아이트래킹 기술은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에 필요한 기술로도 잘 알려져 있다. 즉, 아이트래킹 기술을 이용해 유저의 시선이 집중되는 지점의 해상도를 높이고 그 주변의 해상도는 낮춰서 유저의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아이트래킹 기술을 가진 SMI를 인수한 건 애플이 차세대 먹거리로 AR 글래스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특히, 아래 여러가지 정황들은 애플의 AR 글래스 사업 전망과 그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첫째로, CB Insight가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IBM, 페이스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애플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경쟁업체에 비해 유달리 빈약하다. 구글이 전방위적인 투자를 통하여 안드로이드 등의 성공작을 내놓은 반면에 애플은 거의 순혈주의에 가깝다. 애플은 2012년에 수십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지만 2015년 이후에는 오직 중국의 우버라 불리우는 Didi Chuxing에만 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따라서 애플이 이러한 소극적 투자 성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SMI를 인수한 것은, 해당 분야, 즉 AR/VR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AR과 VR 사업 중 애플은 일단 AR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R은 Pockemon Go처럼 실제 이미지와 가상의 그래픽을 합쳐 놓은 반면에 VR은 고해상도의 3차원 이미지를 제공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AR/VR의 특성상 AR은 VR과는 달리 모바일용으로 가까워 포터블 기기를 주력 상품으로 만들어 온 애플의 사업 문화에 익숙하다. 포터블 기기, 특히 웨어러블은 잦은 사용으로 인해 교체 주기가 짧아 애플의 수익 창출면에서 유리하고, 특유의 이동성으로 인해 다양한 위치기반 앱들과 시리를 이용할 수 있어서 보유 자원의 활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며, 무엇보다도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 1,000여명의 애플 엔지니어들이 A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과 올해 애플이 개발자들을 위해 AR용 API인 Arkit를 선보였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세째로, 조너선 아이브를 중심으로 한 애플의 디자인에 대한 내부 역량은 웨어러블인 글래스 디자인에서도 뭔가 새로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너무 기능성이 강조된 나머지 디자인에 대한 소홀함이 실패 이유 중의 하나로 지적된 구글 글래스와 크게 대조된다. 스냅챗의 스펙터클도 구글 글래스를 반면 교사로 삼아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크게 히트를 친 바 있다. 애플 워치의 UI에 클래식 시계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 웨어러블의 디자인에 탁월한 애플이 글래스의 디자인에 특유의 내부 역량을 녹여낼 것으로 기대된다.
네째로, 누구보다도 애플 CEO인 팀 쿡이 스티브 잡스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뭔가 새로운 제품을 원하고 있다. 팀 쿡은 이미 “AR이 삼시세끼처럼 될 것“이라고 언급하여 AR의 대중화를 선언한 바 있다.
차례로 맥, 아이팟, 아이폰, 애플워치를 히트작으로 만들어온 애플이 AR 글래스로 그 뒤를 이을지 주목된다.
기사 & 이미지 출처: TechCrunch, tehcrad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