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Pass의 새로운 가격 전략이 미국 영화관 업계에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넷플릭스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미치 로우 (Mitch Lowe)’가 2011년 세운 MoviePass는 월정액 9.95 달러 (원화 약 11,300 원)만 내면 미국 전역의 영화관 (현재까지는 미국 내 영화관 중 91%만 해당)에서 매일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으로 극장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매력적이나 AMC나 Legal을 비롯한 미국 영화관들 입장에서는 너무 낮은 가격으로 인해 자신들의 수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번 이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MoviePass의 사용 방법과 향후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MoviePass의 비즈니스 모델은 월정액을 내면 헬스장 여러 곳을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존 사업과 닮았다. 일단 MoviePass에 가입하면 영화 티켓 결제용 플라스틱 카드(마스터 카드사의 직불 카드)를 받게 된다. 그리고 MoviePass 앱을 이용해 자신이 위치한 지역의 주변 영화관에서 당일 상영하는 영화 중 하나를 고른다. 그러면 카드에 일반 성인이 영화 티켓 1장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 충전된다. 사용자는 이 카드로 매표소에서 티켓을 정가로 결제하면 된다. 현재 미국 영화 티켓 한 장의 평균가는 8.89 달러다. 우편 번호를 입력하면 그 지역 주변에 위치한 MoviePass 사용 가능 영화관을 알려주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MoviePass는 언뜻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로 보이나 제약도 많다. 첫째, 3D나 아이맥스 영화는 볼 수 없다. 일반 영화만 구매 가능하다. 둘째, 당일 영화만 볼 수 있다. 며칠 앞서 미리 영화를 예매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셋째, 자신이 원하는 극장 100야드 즉, 91.44미터 내에서만 앱으로 체크인이 가능하다. 따라서 인기 영화의 경우에는 미리 예매한 사람이 많아 당일 남아 있는 티켓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
MoviePass의 미래에 대해 미국 영화관들은 회의적이다. 일례로 AMC는 MoviePass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성이 떨어져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영화관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일단 관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상대적으로 높았던 기존 가격을 더 이상 받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즉, 온라인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MoviePass 같은 서비스까지 늘어난다면 오프라인 영화관들의 수익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를 반영하듯 AMC, Regal, Cinemark 등 주요 영화관 사업자들의 8월 주가는 올해 1월 대비 모두 마이너스이며, 특히 2012년 중국 완다 그룹이 인수한 것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영화관 체인 AMC는 50% 넘게 폭락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과 우려에 대해 MoviePass 측은 영화관 티켓 자체의 가격은 변함이 없으며, MoviePass 회원들은 티켓 가격이 충전된 마스터 카드로 결제를 하는 것 뿐이라고 답했다. 또한 주식 상당 부분을 데이터 분석 회사인 Helios and Matheson Analytics Inc. 에 팔아 회원들에게 충전해 줄 현금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CEO인 테드 판스워스 (Ted Farnsworth)는 MoviePass 회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이슈가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MoviePass의 창업자가 다름 아닌 넷플릭스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미치 로우’라는 점이다. 그는 넷플릭스로 오프라인 영화관들을 위협하더니 이제는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다시 한번 오프라인 영화관들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고객 데이터의 중요성도 이번 이슈에서 빠질 수 없다. MoviePass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이면서도 영화관 고객 데이터가 모이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영화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정교한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다. 끝으로 영화관들과의 갈등을 줄이는 MoviePass의 영리한 비즈니스 모델도 주목 할 만 하다. MoviePass가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은 마스터 카드에 영화 티켓 1장의 정가에 해당하는 현금을 충전하는 것이다. 영화관들은 그저 마스터 카드사로부터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결제 금액을 받으면 된다. 만약 MoviePass가 현금이 아닌 회원권이나 쿠폰, 마일리지, 상품권 등 다른 방식으로 혜택을 제공했다면 영화관 입장에서는 여러 이유를 들어 MoviePass 사용자들을 거부하는 등 더 악화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Bloomberg] | 이미지 출처: [Business Insi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