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스타트업 하면 떠오르는 미국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지난 20여년간 지속되어왔던 스타트업의 시대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사가 테크크런치에 실렸다. 이 기사에 의하면, 1997-2006년까지의 웹 붐이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에어비앤비 등의 기업을 탄생시켰고, 2007년이후 스마트폰 붐을 타고 우버, 리프트, 스냅, 왓츠앱, 인스타그램등의 스타트업 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스타트업들에게 녹록치 않은 경쟁 환경일 것이며, 그로 인해 지난 20여년 처럼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오거나 구글, 페이스북처럼 큰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 근거로 저자는 소위 빅 5라 불리우는 알파벳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 소프트가 웹 및 앱스토어를 장악했으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소유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비즈니스에서 스타트업에 비해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또한 드론이나 의료기기, 웨어러블 기기등의 하드웨어 분야의 대표주자였던 Fitbit, Jawbone등의 스타트업들이 고전하고 있거나 실패한 것에서 보듯이 하드웨어 분야는 스타트업이 도전하여 성공하기에 점점 더 어려운 분야가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실리콘 밸리지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Y combinator가 2011년 이후로는 이렇다할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또한 그 근거이다.
기사의 내용처럼 ‘빅 5 IT 기업’들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빅 5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시장의 강자들을 몰아내고 경쟁에서 승리했으며, 특정 분야에선 서로 경쟁하기도 하면서 (예: 음성 인식 비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을 큰 돈을 들여 인수하면서 새로운 피를 계속 수혈해 나가고, 거기에 더해 스타트업들이 갖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자본과 데이터’를 갖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이들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꼭 스타트업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구글이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시절의 야후의 위상을 생각해 보자. 규모나 인력, 자본 모든 면에서 상대가 안되는 싸움이었으나, 집요하게 자신들의 장점을 앞세운 구글은 아직도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야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 않은가. 플랫폼을 몇 몇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에서 파생될 수 있는 모든 비즈니스 모델에 대기업들이 다 뛰어들 수는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인공지능, 디지털 헬스케어, VR/AR과 같은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팀웤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성장 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Y-combinator를 비롯한 실리콘 밸리 인큐베이터들이 에어비앤비, 드랍박스 이후로 더이상 유니콘 스타트업을 배출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그동안 ‘유니콘’이라 불려왔던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 산정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며, 이러한 문제를 실리콘 밸리 내부에서, 시장에서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관련 기사: TechC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