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비즈니스에서 혁신을 꿈꾸었던 온디맨드 배송 (on-demand shipping) 스타트업 Shyp이 미국 시간으로 3월 27일 폐업(Shutdown)을 하기로 결정했다. 201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Shyp은 고객이 자사의 앱으로 배송할 물건의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직원이 직접 찾아가 자체 포장재로 물건을 포장한 후 USPS, Fedex 같은 메이저 배송업체에 가져다 줌으로서 포장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개인 고객 및 정기적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스몰 비즈니스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Shyp의 이러한 ‘중개’ 서비스는 배송할 물건을 픽업하여 포장한 후 메이저 배송업체에 가져다주는 것 까지였으니, 따로 배송망 인프라를 깔 필요도 없어 괜찮은 스타트업 모델로 기대를 많이 모았었다. 200년 이상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물류, 배송 비즈니스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던 Shyp은 총 $65 million (한화 약 710억원)의 벤처 투자도 받았는데, 2015년 클라이너 퍼킨스로부터 $50 million (한화 약 550억원)의 투자를 받았을 무렵에는 기업가치가 $250 million (2천 7백억원)까지 치솟았었다. 특히, 존 도어는 2015년 Shyp에 투자한 직후 “Shyp은 배송 프로세스를 아주 간단하게 하는 마술과도 같은 스타트업”라고 추켜세우며 큰 기대를 드러냈었다. 게다가 Shyp은 계약직(contractor)이던 배송 직원들을 정직원 (employee)로 전환한 첫번째 온디맨드 스타트업으로 다른 온디맨드 스타트업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기도 했었다. Shyp의 서비스를 사용해 본 고객들도 대개 만족하여 도어의 말처럼 마법같은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Shyp의 창업자들은 이렇게 직원들의 복지를 챙기고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내는데 ‘비용‘이 자신들의 예상을 훨씬 더 뛰어넘을 것임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여러도시로 확장을 시도했고, 끝내는 불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2017년 7월부터는 사업 확장보다 흑자를 내는 것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뉴욕, 시카고, LA 오피스를 닫고 직원들을 해고하는 각고의 노력 끝에 2017년 12월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겨우 흑자를 내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250 million의 기업가치로 수백억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으로서 사업의 확장 가능성과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배송 분야의 ‘우버’가 되겠다던 또 하나의 스타트업이 아쉽게도 이렇게 사라지게 되었다.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좋은 팀이 모여 시작했고, 비즈니스 과정에서 선한 동기마저 부여되어 사회적인 의미까지 갖게 되더라도, 결국 스타트업도 회사이므로 궁극적으로는 이윤을 내고 가파르게 성장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로 볼 수 있다.
관련 기사: TechCrunch, FastCompany | 이미지 출처: Fast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