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를 향하는 캘리포니아의 끝자락을 통과하는 15번 도로 위를 운전한 사람이라면 멀리 보이는 기괴한 탑을 보고 한 번 쯤은 그 용도가 무엇인지 의아해하며 운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사우론 탑 같이 보이는 플랜트의 정식명칭은 아이밴파 발전소 (Ivanpah Solar Power Facility, 하기 영상 참조)이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태양열 발전소이다. 여기서 ‘태양열 발전소 (Concentrating solar power)’란 솔라셀과 같이 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태양광 발전이 아닌 빛을 열로 바꾼 후 물을 끓여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발전소를 말한다. 어릴 때 돋보기로 빛을 모아 종이를 태워보았던 경험이 있다면 발전 원리가 쉽게 이해될 것이다.
에너지의 형태가 변환될 때는 반드시 손실이 발생하는 데, 태양열 발전소는 빛에서 열, 열에서 운동에너지, 운동에너지에서 전기에너지라는 다단계의 에너지 변환을 거치면서도 태양광 발전에 버금가는 (이론적으로는 더 높은) 효율을 가진다. 이는, 태양빛을 열로 바꾸는 에너지 전환의 효율이 90% 에 가깝고 터빈 발전의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태양열 발전 기술은 간단한 원리 덕에 싼 단가가 기대되어 유럽을 중심으로 각광받다 급격한 솔라 패널 (solar panel)의 단가하락으로 인하여 최근에 관심을 많이 잃었다.
태양열 발전소의 구조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다.
- 수 천개의 거울로 태양 빛을 한 곳에 모아 용융염(molten salt)에 열로 전달하는 솔라 필드 (solar field)
- 용융염을 저장하는 열 저장소
- 용융염에서 열 에너지를 전달받아 터빈을 돌려 발전시키는 발전소 (Power block)
열 저장소 (단열 탱크)는 낮 동안 터빈을 돌리고 남은 뜨거운 용융염을 보관하여 저녁에 태양열이 없을 때 꺼내 쓸 수 있는 에너지 저장소를 말한다. 저장소가 없을 때에 비하여 발전소의 크기를 반으로 줄여도 하루 종일 발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하루 동안 같은 양의 발전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과 밤낮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SolarReserve가 제공하는 아래 영상을 보면 열 저장소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과 태양열 발전은 경쟁관계이면서도 그렇지 않아 보이기도 하는데, 태양광 발전은 최근 소비자 대상으로 시장의 성격이 많이 바뀌어 가정용 전기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반면, 태양열 발전은 기존의 화력 발전소의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화력발전소와의 하이브리드 발전소로 거론되는 등 국가 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규모에 있어서는 태양광 발전이 태양열 발전에 비해 훨씬 압도적이다. 하지만 시장 논리를 떠나서 엔지니어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우론의 탑’은 무척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P.S. 6월 1일에 썼던 ‘굴뚝 없는 화력발전소’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분들의 문의가 있었는데, 세 ‘할아버지’의 순수한 열정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술에 대한 부정적 면을 많이 지적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 축적된 이산화탄소는 결국 배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량을 줄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NetPower는 땅 속의 석유를 고압의 이산화탄소를 넣어주어 뽑아내는 EOR 프로세스 (Enhanced Oil recovery) 등에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성공을 장담할 수 없고 부정적인 의견도 많이 있다. 순수한 산소를 공급하는 시설 또한 고가이다. 필자가 회사 설립 목적과 과정에 너무 감동한 나머지 독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중요 정보를 놓쳤던 것 같다.
참고 기사: Nature Energy, “Concentrating solar power: Still small but learning fast.” / EcoWatch, “Concetrated Solar Works Day and Night With No Batteries Required.”
이미지 출처: Sientific american, “New Concetrating Solar Towe is Worth its Salt with 24/7 P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