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아마존 고 (Amazon Go)를 작은 매장에서 대형 식료품 매장으로 확대한 ‘아마존 고 그로서리 (Amazon Go Grocery)’를 공개했다. 시애틀 아마존 본사 근처의 캐피톨 힐 (Capitol Hill) 지역에 10,400 제곱피트 (약 300평) 규모로, 기존 아마존 고의 1,800~2,300 제곱피트 (약 50~65평)보다 약 5배 크다.
아마존 고와 마찬가지로 이 식료품 매장에서는 별도 계산대 없이 과일, 채소 등을 비닐봉지에 담아 매장 밖으로 나가면 된다. 아마존은 식료품 매장에 과일, 채소 등 농산물은 물론, 인스턴트 식품, 과자, 조미료, 주류 등을 판매한다.
농산물은 홀푸즈에 공급하는 공급업체가 제공하며, Happy Belly와 같은 아마존의 PB상품도 함께 판매한다. 여기에 셀프서비스 커피, 베이커리, 간편 식사가 가능한 공간도 별도로 준비되어 있다.
아마존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단순히 더 큰 아마존 고 매장이 아니며, 아마존 특유의 일하는 방식인 ‘워킹백워드(Working Backwards)’가 적용됐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식료품 매장으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식료품을 넘어서 고객이 원하는 품목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애완 동물 사료, 개인 건강 관리, 피부 관리 등의 공간도 그런 차원에서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진정 고객이 원하는 매장을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마존 고의 경쟁자가 빠르게 따라오고 있는 점이다. AiFi, Grabango, Standard Cognition 등 무인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있으며, 세븐일레븐(7-Eleven)은 최근 텍사스에 700제곱 피트 규모의 매장을 열고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월마트 역시 댈러스에 위치한 매장에서 Sam’s Club Now라는 무인 결제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아마존은 앞으로 이들과 경쟁하면서 기나긴 게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CNBC는 아마존이 아마존 고 기술을 영화관, 공항 및 다른 소매 체인점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아마존 고 식료품 매장의 시작은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 전략의 중요한 시도이자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19년 11월 말 아마존 고 매장 소식을 전하면서 아래와 같은 그림을 선보였다. 홀푸즈 365 매장은 30,000 평방피트, 홀푸즈는 43,000 평방피트의 매장이다. 과연 아마존은 아마존 고 기술을 이런 대형 매장에 적용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각종 센서와 카메라 설치, 인프라 비용을 생각하면 홀푸즈 매장에 아마존 고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냐는 의문이 남는다. 일단 아마존은 아마존 고를 운영하면서 온라인에서 얻을 수 없는 데이터를 얻었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와 홀푸즈를 운영하면서 확보한 고객의 데이터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고객의 니즈가 다르다는 점을 파악했을 것이다. 아마존의 캐치프레이즈는 ‘A부터 Z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판매한다’인데, 유기농에 특화된 홀푸즈와 무인 계산이 특징인 아마존 고에서는 모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는 실적으로 나타난다. 아마존의 여러 사업부 중 유일하게 매출이 줄어들었고, 운영 손실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아마존이 2021년까지 총 3천개의 매장 오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고, 2019년에만 최소 50개 이상의 아마존 고 매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아마존 고 매장 수는 현재 25개이며,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 않다.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아마존 고 매장을 운영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마존은 아마존 고를 수익 창출의 공간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자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 아마존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될까?
먼저,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을 최대한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싶어 한다. 지속해서 아마존 고 기술을 적용한 매장을 늘리겠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아마존 고 그로서리’의 실적이 기존 아마존 고보다 좋다면, 앞으로 아마존 그로서리를 위주로 확대할 것이다. 이 점에서 편의점 스타일인 아마존 고의 경쟁자는 세븐 일레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로, 연간 8천억 달러에 달하는 식료품 시장에서 고작 온라인 식료품 주문은 3%를 차지하고 있기에 아마존은 온라인 식료품 주문 시장을 최대한 확보하고 싶어한다. ‘아마존 고 그로서리’를 늘리면서 유기농 배송만 하는 홀푸즈 대신 다양한 온라인 식품 배송의 거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아마존 PB상품을 판매하는 이유도 물류센터가 아닌 생활반경 내의 매장에서 빠른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장의 경쟁자는 월마트다.
마지막으로, 아마존 고 시스템 판매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CNBC가 접촉한 아마존 내부 소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0년 한 해 동안 아마존 고의 무인결제 시스템 판매 목표를 100개 이상으로 잡고 있다. 시스템을 팔면서 AWS 관련 서비스까지 함께 판매한다면 아마존은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비즈니스인 GaaS, 즉 Grocery store as a Service 비즈니스를 본격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아마존이 그리는 아마존 고의 모습은 무엇일까? 단순히 결제만 무인으로 진행되는 매장일까?
아마존이 그리는 아마존 고는 완전한 무인 매장이다.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완전한 무인 매장이 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알렉사와 로봇이 필요하다. 고객은 직원 대신 로봇에게 질문하고 알렉사가 답변한다. 알렉사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활약하기 시작하면 쌓을 수 있는 데이터는 더욱 늘어난다. 고객이 하는 질문과 답변을 모두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이미 특허로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 고, 아마존 고 그로서리 매장은 아마존이 그리는 최종 오프라인 매장의 중간 과정이다. 아마존 고의 규모와 속도는 고객이 결정한다. ‘멋진 아마존 고를 지었으니 고객들이어 오라’가 아니라 ‘고객에 맞는 아마존 고’를 만든다. 아마존은 고객 중심 회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