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이 대규모 자금으로 EMC 인수한 건에 대한 놀라움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테크 산업 역사 상 있었던 대규모 인수 건에 대해 재조명해 본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주가 하락, 기업 내 혼란, 해고 등 부정적 양상으로 마무리되었음을 볼 수 있다.
- 컴팩 (Compaq) 이 1998년 서버 회사인 DEC를 $9.6B에 인수, DEC의 비용 구조와 제품 경쟁력 열세로 컴팩은 한참 고전함
- 2005년 백신 회사인 시만텍 (Symantec) 이 데이터 스토리지 회사인 베리타스 (Veritas) 를 $13.5B에 인수, 실망스러운 성과를 뒤로 2015년 $8B에 되팔게 됨
- 오라클은 HR소프트웨어인 피플소프트를 $10.3B에 인수하기까지 두번의 적대적 인수 실패, 정부의 반독점법 수사 등 난관을 겪음
- HP가 2008년 엔터프라이스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13.9B에 인수한 EDS는 인수 후 지속적인 해고가 이어짐
-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광학 기술 회사 JDS 유니페이스 (JDS Uniphase) 는 광학 네트워크 회사인 E-Tek 다이나믹스를 $15B에 인수, 버블이 터진 후 고전을 거듭함
- 2000년 이메일보안 회사 베리사인 (Verisign) 은 도메인 회사인 네트워크 솔루션을 $20.8B에 인수했으나, 보안법 (Security Act) 저촉 이슈로 도메인 등록 서비스를 매각하게 됨
- 2002년 HP가 $19B에 컴팩을 인수, 양사 모두 PC 사업에서 고전 중이었고 컴팩은 DEC 인수로 인한 복잡성에 시달리고 있었음, 결국 인수 직후 HP에서는 30,000여명 이상의 직원 해고가 이어짐
- JDS 유니페이스는 2000년 E-Tek 인수 이후 부품 회사인 SDL을 $41B에 인수, 고전을 거듭한 끝에 결국 JDS 유니페이스는 올해에서야 회사가 둘로 나뉘어짐
- 2000년 AOL은 타임워너를 $181.6B에 인수하여 미디어 업계 거인으로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사진을 그렸으나 이는 실현되지 못했고, 2009년 타임워너는 분사되어 독립적 회사로 남음
tN 인사이트: 대규모 인수 건의 성패를 일반화시켜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B 단위의 인수 건이 실패로 돌아간 경우가 특히 테크 산업에서 많이 보인다. 산업의 특성 상 외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데 덩치가 너무 커지면 이런 움직임이 어려워지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설적으로 해 본다. 또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이질적인 두 회사의 결합에 따른 조직 문화 부조화도 원인이 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인수 의사 결정이 전략적 판단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성공에 도취된 경영진의 지나친 자신감 (Hubris) 으로 인한 것인지도 구분해 봐야 할 대목이다.
관련 기사: Business Insi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