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영화 목록이 빈약해진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넷플릭스의 최고 컨텐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는 “넷플릭스가 어떤 영화를 보유하느냐에 상관 없이 가입자들은 넷플릭스 시청 시간 중 1/3을 영화를 보는데 소비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캐나다와 미국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넷플릭스 캐나다는 5개의 메이저 영화사로부터, 미국은 오직 디즈니 한 회사로부터 영화를 제공받는데 두 나라 모두 가입자들은 동일하게 총 시청 시간의 1/3 가량을 영화를 보는데 할애한다는 것이다. 한 리서치는 지난 2년 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인기작(IMDB 별점 상위 200개 영화)의 숫자가 줄어듬과 동시에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는 전체 영화 수도 줄었다고 밝혔다. 사란도스가 위에서 말한 가입자들의 시청 행태를 생각하면 매우 공감이 가는 결정이다. 블록버스터를 보유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더 많이 사용하게 것이 아니라면 굳이 큰 돈을 지불하며 들여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넷플릭스는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 산업에서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1) 영화가 극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 오는 7-10개월 사이 볼 사람은 이미 봐버린 영화들은 버리고, 디즈니와 같이 사람들이 여러 번 계속해서 보는 영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와 계약을 한 것이다. 2) 사란도스는 “넷플릭스가 사람들이 극장에 가서 볼 정도의 오리지널 영화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프로듀싱 계약을 발표한 윌 스미스의 “Bright”은 개봉일에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이 가능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넷플릭스는 아직 자사의 골에 부합하는 성공적인 영화 사업 전략을 위한 실험을 하는 중이고, 당신이 최근 몇년 간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영화가 없어졌다고 느꼈다면 그건 당신의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insight] 2012년 영화 및 드라마 판권을 가진 회사들이 가격을 일제히 올림에 따라 심한 재정적 부담을 겪었던 넷플릭스는, 최근 위와 같이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많은 돈을 지불하며 블록버스터 영화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벗어던지고, ‘컨텐츠 내재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6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해 전체 컨텐츠의 절반을 오리지널 컨텐츠(자체 제작 프로그램)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체 제작 영화에 정확히 얼마를 배분할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부분이 할애될 것임에는 확실하다. 이미 윌스미스를 주연으로 하는 판타지 블록버스터 Bright의 제작에 적어도 9천만 달러 이상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c.f. 2015년 킹스맨: 9천4백만 달러 투입하여 $4억 달러 이상 벌어들임).
하지만 드라마는 그렇다쳐도, 사람들이 집에 있는 작은 TV 화면으로 ‘대작’을 보려들 할까? 넷플릭스는 이 점도 이미 고려한듯 하다. 앞서 지난 10월 극장 체인인 iPic과 사업제휴를 발표했다. 조만간 고급 안락의자로 무장한 프리미엄 영화관에서 오리지널 영화 및 시리즈를 볼 수 있는 선택권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뉴욕, LA 한정).
소비자 입장에서, 또 기업의 창의적 혁신 활동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기대되는 일이긴 하지만, 이미 아마존과 같은 동종 경쟁사 뿐 아니라 케이블 및 방송사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고 있는 넷플릭스가 자칫 기존 영화 산업 구성원의 다수를 적으로 돌려 화를 당하지는 않을까 우려도 된다. 영화 제작부터 배급 → 극장 개봉→ 박스오피스 집계 → 홈 DVD/스트리밍 → 케이블 및 TV 방송 등의 과정에는 다수의 주체가 있고 영화제 등을 비롯한 생태계가 존재하는데, 넷플릭스는 단숨에 여러 회사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이는 수년 전 블럭버스터를 몰락시켰을 때와는 그 파장의 규모가 다른 탓에 걱정도 앞서지만, 지난 날 여러 고비를 넘겨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 행동을 만들어내는 넷플릭스이기에 한편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소식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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