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테크니들에서는 일본의 오츠카 제약이 실리콘 밸리 기업인 프로테우스 (Proteus Digital Health)와 파트너쉽을 맺고 정신질환 환자의 투약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디지털 알약 (digital pill) 을 개발하고 있다는 뉴스를 전했다.(프로테우스와 오츠카 제약, 스마트 알약을 이용하여 환자의 투약여부 및 예후를 살피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오늘, 미국 식약청 FDA는 마침내 세계 최초의 디지털 알약인 “Abilify MyCite”를 승인하였다.
오츠카가 판매중인 정신 분열증 및 기타 정신 질환 치료약인 Abilify 알약 안에 프로테우스가 개발한 실리콘, 마그네슘 및 구리와 같은 미네랄을 함유한 작은 칩 (chip)이 이식되어 있는데, 이 디지털 알약이 환자의 위에 도달하면 위산과 반응하여 미약한 전류가 발생한다. 이 전기 신호를 환자의 몸에 부착되어있는 센서 (위 사진에 보이는 하얀 패치)가 감지하여 블루투스를 통해 환자의 스마트폰에 신호를 전송함으로써 환자가 약을 언제 먹었는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이는 의사 및 가족들에게 전송된다. Abilify를 복용하는 정신질환 환자의 경우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힘들고 특정 지시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니, 이러한 디지털 알약을 이용하여 투약여부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 성공적인 치료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은 정신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하지만, 디지털 알약을 통한 환자의 투약 및 예후 관찰은 약을 제대로 복용해서 낫고싶은데 건망증이 있거나 일이 너무 바빠서 투약시기를 놓치는 환자들, 고령의 환자들을 대상으로까지 점차 그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처방 받은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의료 비용이 미국에서만도 매년 $100B (약 120조원)에 달한다고 알려져있는데, 디지털 알약이 보다 널리 보급되어 투약여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이러한 부작용을 줄여서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제약회사들이 임상시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알약을 사용함으로써 시험결과의 신뢰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미 FDA의 승인을 받은 디지털 알약의 성패여부를 놓고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Abilify MyCite의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가격이 너무 높으면 환자 및 보험사 양쪽으로부터 외면받게될 위험이 있다. 가격이 적당하여 의사가 권하고 환자도 사용하길 원하나, 디지털 알약 복용과 치료 효과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메이저 의료 보험사들의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모니터링 당한다는 사실을 환자가 꺼려할 수도 있을 것이며, 몸에 부착하는 스마트 패치를 일주일에 한 번씩 교체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불편해 할 수도 있다. 일단 FDA 승인이라는 큰 고비를 넘은 오츠카와 프로테우스의 디지털 알약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다른 디지털 알약의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