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우버(UBER)가 2017년 설립된 전동 킥보드(Electric Scooter) 공유 스타트업인 라임(Lime)에 상당한 수준의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버의 CEO로 영입된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는 택시로 대표되는 기존 우버의 핵심 포지셔닝을 확장, 운송 산업 전반에 걸쳐 대표적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하도록 꾸준히 노력 해왔다. 소프트뱅크로의 피인수 이후 미래 전략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인 고민을 했고, 이에 따라 우버잇츠(Ubereats), 우버프라이트(UberFreight) 와 같은 파생 서비스를 회사 내부적으로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버는 다양한 회사들과의 협업이나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다수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7년 전기자전거 공유업체 점프(Jump)를 인수한 것이나, 지난 4월 렌트카 업체 겟어라운드 (Getaround), 마사비(Masabi) 등과 협업하여 우버 앱을 통해 고객이 차량을 직접 렌트하거나 대중교통 이용을 위한 티켓 구입을 가능하게 한 것들이 그 예이다.
우버가 Lime에 투자를 결정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택시 뿐 아니라 다양한 운송 수단을 통한 사업에 우버가 직/간접적으로 진입함으로써 향후 운송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운송업에 있어 가장 강력한 트렌드 중 하나는 두말할 것 없이 차량 공유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차로 승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돈을 벌 수 있다”라는 우버의 간단하면서도 혁신적인 사업 컨셉은 수많은 공격과 비판, 소송의 성장통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기존 승객 운송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였던 옐로우캡은 파산해버렸다.
필자가 거주하는 뉴욕도 아직은 길거리에 수많은 택시들이 굴러 다니지만 우버나 경쟁사인 리프트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고 있다. 오히려 주노(Juno), 비아(Via) 등 다수의 후발주자까지 나타나고 있어 개인적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점은 만족스럽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차량 공유 서비스 경쟁이 점차 격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고객 침투율 증가로 인한 신규 가입 고객 증가율의 점진적 감소는 결국 매출 성장률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지난해 영입된 우버의 CEO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는 기존 우버 택시 사업 모델을 뒷받침 하는 강력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운송 사업 전반에 걸쳐 시너지를 내거나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발굴, 구축하는데 좀 더 박차를 가하는 것 같다.
전동 킥보드 공유 사업에 대한 투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대 시속 15마일(약 25km/h) 정도로 2~30분 가량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통근 수단이나 근거리 이동에서 각광 받고 있는 전동 킥보드의 장점을 이용, Lime은 이를 공유 경제에 접목 시켜 2017년 하반기부터 공유 자전거,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지 1년도 안되었지만, 벌써 7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이번 우버의 투자 참여를 통해 Lime의 기업가치는 11억 달러 (한화 약 1.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우버는 자사 블로그에 이번 투자 뿐만 아니라 작년 약 2억 달러(한화 약 2,200억원)에 인수한 공유 자전거 업체 점프바이크(JumpBike)와 함께 근거리 혹은 장거리 전반을 커버하는 택시, 자전거, 킥보드 등 다양한 옵션을 통해 우버 앱의 고객 편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리프트(Lyft)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 뉴욕 공유 자전거 시티바이크(Citibike) 로 유명한 자전거 공유 업체 모티베이트(Motivate)를 인수했고, 우버처럼 전동 킥보드 시장에 진입을 고려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Lime과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또 다른 경쟁사인 버드(Bird)가 최근 전직 리프트의 고위 임원을 영입한 것을 볼 때, 리프트와 버드의 협업이나 회사 간 투자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전동 킥보드 공유 사업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조작법이 익숙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들을 필두로, 최근 주차난, 인프라 부족, 고장, 도난, 관련법 미비 등 여러가지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게다가 시작한지 1년도 안된 Lime의 기업가치가 11억 달러를 기록, 고평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는 경쟁사인 Bird도 마찬가지다)
이런 논란은 과거 우버나 리프트를 통해 학습된 운송 공유 서비스의 글로벌 성장 잠재력이 전동 킥보드라는 신선한 컨셉의 운송 수단을 매개로, 그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던 투자 자금들과의 착실한 결합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로 보여지지만, 매출 규모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회사에 1조원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게 과연 적절한가 하는 의견도 많다.
우버 택시로부터 시작된 운송 수단 공유 컨셉이 바퀴 달린 모든 이동 수단에 전이되어 가는 흐름이 사용자들에게 이미 빠르게 학습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들도 결국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과연 Lime의 경영진이 그간 보여줬던 성공적인 투자 유치 능력 뿐만 아니라, 각종 난관을 극복하고, 고평가 논란을 잠재우며 성장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 할 수 있을까.
관련 기사 및 이미지 출처 : New York Times, Reuters, Techcrunch, New York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