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 2묶음도 잘 계산될까? – Amazon Go Grocery 1호점 방문기

최근 시애틀에 문을 연 ‘아마존 고 그로서리 (Amazon Go Grocery)‘ 1호 매장을 직접 방문했다. 아마존 고 그로서리는 Just Walk Out 기술이 적용된 첫 대형 식료품 매장으로 기존 아마존 고 (Amazon Go) 매장의 규모를 키운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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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고 그로서리 1호점은 아래 지도처럼 시애틀 도심에 위치해 있다.

입구에서는 Amazon Go와 같은 방식으로 모바일 앱의 QR 코드를 찍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여러명이 함께 쇼핑할 경우, 한명의 QR 코드로 다같이 들어갈 수 있다. 여러 명이 각자 쇼핑백을 들고 쇼핑을 하더라도 입구에서 한명의 QR코드로 입장했으면 그 사람의 아마존 계좌에서 결제가 이루어진다. 

QR 코드를 찍고 들어온 매장 안쪽에는 바로 커피를 팔고 있었다. 팔고 있다고는 해도, 그저 컵에 커피를 내려서 마시면 된다고 하니, 마치 공짜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다. 심지어 매장에 준비된 종이컵이 아닌 개인 텀블러를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코로나(COVID-19) 때문인지 일요일 저녁인 탓인지 매장은 한산한 편이었다. 

매장 천장에는 수십개의 카메라가 달려있다.

초록색 쇼핑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으며, 이 가방에 물건들을 넣으면 자동으로 인식이 되어 매장을 나간 후에 계산이 되는 방식이다. 자동인식이 잘 되도록 쇼핑백의 색을 초록색으로 디자인한것일까?

매장 크기는 인근의 홀푸드마켓보다는 현저히 작은 사이즈였지만 과일, 야채, 고기, 유제품, 냉동식품 등 일주일 치 장을 볼 수 있을 정도의 다양한 품목을 갖추고 있었다. 가격도 주변 마트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쪽파, 파슬리 등은 이렇게 한 묶음씩 판매하고 있는데, 두 묶음씩 한꺼번에 집으면 인식이 잘 될지 궁금해 쪽파, 실란트로, 파슬리를 두 묶음씩 집어 보았다. 결과는 매장을 나간 후에야 알 수 있다.

전반적인 가격 정책이 독특하다. ‘무게 당 가격을 매기는 방식’은 없고, 포장 단위당 가격이 동일하게 책정되어 있다. 일반 마트라면 무게당 가격이 달라지는 고기도, 개별 진공포장이 되어, 같은 칸에 있는 고기는 모두 가격이 같다.

고구마도, 크기와 상관없이 개당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다. 

가격을 균일하게 유지해야하기 때문인지, 무를 최대한 동일한 크기로 썰어서 정리해 둔 듯 하다.

왼쪽부터 레드망고, 플랜테인, 키위, 옐로망고, 유기농 망고, 유기농 키위. 모양이 비슷하지만 가격이 다른 레드망고와 유기농 망고, 일반 키위와 유기농 키위를 서로 떨어뜨려 둔 것은 자동인식을 쉽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다양한 패스츄리와 도넛도 팔고 있었다. 별도의 포장 없이 진열되어 있어, 종이 봉투에 원하는만큼 담아서 초록색 쇼핑백에 넣었다. 

일반 매장에서는 미성년자 검사는 계산시에 하지만, 무인 매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주류를 파는 곳은 입구에서 직원이 검사를 한다.

아마존 무인판매 시스템의 캐치프레이즈 – Just Walk Out. 쇼핑을 마치고 당당히 걸어 나가본다.

다른 아마존 매장들과 마찬가지로 고객 만족도를 데이터로 체크하고 있다. 

1시간 정도 뒤, 영수증이 앱에 도착했다. 내가 25분 정도 장을 보았다고 알려주었다. 그 밖에도 내가 매장 내 어디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 어떤 물건을 집었다가 내려두었는지도 데이터화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테스트 삼아 사보았던 쪽파, 파슬리, 실란트로 중 쪽파 두 묶음은 한 묶음으로 결제가 되었다. 아직은 완벽하지는 않은 자동인식 시스템.

테크니들 인사이트

아마존은 올 3월부터 무인매장 시스템을 다른 회사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테크니들, GeekWire, Reuters)

Amazon Go Grocery가 Amazon Go에서는 팔지 않던 과일, 야채 등을 판매하면서, 기술적으로 자동인식이 되기 어려운 부분을 물건 배치나 가격 정책을 조정하여 보완하고 있다. 무인판매가 범용화되기 위해서는 매장 진열방식의 변화가 어느 정도 수반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다만, 물건의 배치 방식이나 가격 정책은 매출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범용화를 위해서는 기술이 좀 더 향상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인 매장의 도입은 기업들에게 인력 절감 외에도 판매나 광고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인 매장에서 수집한 상세한 데이터에 기존 온라인 쇼핑 패턴을 더해 각 고객이 온, 오프라인 매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를 하는지를 총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올해 공격적으로 무인매장 시스템을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아마존이 과연 어떤 기술적, 비즈니스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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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에서 EECS 학부 및 석사 전공, 카네기 멜론(CMU)에서 로보틱스 석사 졸업 후 워싱턴 주립대에서 머신러닝과 로봇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드림웍스 쿵푸판다2 제작에 참여했고, 한국 엔터테인먼트 VC로도 일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 컨텐츠 산업에 관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