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B2B 시장을 바라보다.

지난 6월 24일, 애플이 Fleetsmith 인수 합병을 발표했다. 인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해당 기업은 2019년 시리즈 B 펀딩에 성공, 인수 전까지 총 4천만 달러 (한화 약 500억원) 투자를 받았다.

Fleetsmith는 애플 기기인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컨트롤 할 수 있는 MDM (Mobile Device Management) 솔루션 회사다. 업무용으로 쓸 수 있도록 애플 기기를 셋팅하고, 업데이트, 보안 등을 원격으로 지원한다. 배터리, 스토리지 용량, 체크인 시간 등도 대시보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어떻게 애플이 *B2B 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을까? 그 동안 애플이 B2B 시장에 보여왔던 모습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010년,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는 B2B 시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B2C 마켓을 사랑하는 이유는 각자 자신들이 사용할 기기를 자신을 위해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그와 반대로, 제가 B2B 시장을 항상 싫어하는 이유는 사용할 사람이 기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의 결정권자가 결정을 내리며 그들은 가끔 잘못된 선택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2011년 애플의 새로운 수장이 된 팀 쿡도 B2B 전면에 나서 시장 점유율을 키우기 보다는 큰 규모의 기업들과 파트너십 (IBM, SAP, CISCO, GE)을 통해 해당 시장에 대응하는 다소 미지근한 행보를 보여왔었다.

Moor 인사이트&전략 회사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Patrick Moorhead는 “애플은 자신들이 B2C에 집중하는 회사임을 잘 알고 있었고, B2B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선두 주자들과 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IBM과 SAP의 경우 산업용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했고, Cisco는 Cisco가 가진 B2B 시장에서의 네크워킹과 최신 보안을 줄 수 있었다. 애플은 이들을 통해 애플이 부족한 B2B 시장에 대한 리소스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랬던 애플이 처음으로 B2B 시장을 위해 MDM 솔루션 업체인 Fleetsmith를 인수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기업 내에서 자가근무 비율이 높아졌고 시장의 수요를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2017년 팀 쿡은 B2B 시장을 ‘Mother of all opportunities’ 라고 말했다. 이는 마케팅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사용자 집단’이라는 말로 사용된다. 이번 MDM 스타트업 인수를 시작으로 애플은 B2B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측된다.

*B2C : ‘Business to Customer’의 약자. 회사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직접 거래. 상대적으로 넓은 소비자층과 시장을 대상으로 하며 고객을 세분화해서 접근하며 고객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요구.

*B2B : ‘Business to Business’의 약자.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 기술 기반의 고도화된 제품 및 서비스를 기업에 판매하며 비즈니스의 목적으로 해당 제품 ·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필요.

테크니들 인사이트

기업에서 PDA형태 단말기를 채택하는 기준은 일반 소비자의 기준과 차이가 있다. 첫 번째, 기업에서 사용하는 App의 연동성. 두 번째, OS 버전 관리. 세 번째, 빠른 수리 및 서포트. 애플은 그 동안 B2B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솔루션을 공급하지 못했고 기업들은 요구 조건을 맞춘 Android 제품을 선택하였다.

풍부한 리소스를 가진 대형 기업들은 애플을 선택했고 애플이 부족한 서비스 부분도 자체적으로 해결하며 기기를 운용할 수 있었으나 중소 기업들에게 애플은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었다. 한 번 구매하면 3~5년을 사용한다는 조건도 애플과는 맞지 않았다. (애플 제품같은 컨슈머 모바일의 경우 보통 2년을 제품 수명 주기로 본다.)

PDA 이외에 맥북, 아이패드로 확장해본다면 기업에서 애플기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크게 높아진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부족한 IT리소스로 애플기기를 사용하기 어려웠던 건 비슷했다.

이번 Fleetsmith 인수로 애플은 중소 기업들에게 원격으로 기기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부분을 3rd party가 아닌 자체적으로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로써 기업용으로 애플을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으로 이어지는 애플 생태계에서 중소 기업들도 더 쉽게 애플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계속해서 B2B 시장이 요구하는 다른 기준들도 맞춰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맞추지 않더라도 B2B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시킬 수 있을지 기업들의 선택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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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학교에서 MBA를 공부중이며 포인트모바일에서 스페인어권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IT, Sales, Latin America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진 전문가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