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가 최근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가 출근길에 흔히 들어왔던 라디오 방송 포맷을 도입해, 스포티파이가 자체적으로 지상파 라디오 아침 방송 같은 프로그램을 매일 아침 방송하는 것이다.
‘The Get Up’ 이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업계에서 유명한 3명의 진행자가 자유롭게 만담과 잡담도 하고, 새로운 소식과 뉴스도 전하면서 청취자들에게 뉴스, 대중 문화, 오락적인 요소를 음악과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출근길 라디오 방송과 유사하다.
하지만 기존 라디오 방송과는 몇 가지 구조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1. 미국 동부시간 기준 평일 아침 7시에 업로드 된 이후, 언제 어디서든 스포티파이 접속을 통해 재생 가능하다.
2. 이 방송은 사전 녹화 형태로 제작되기에 아침 라디오 쇼처럼 생방송이 아니다. 오히려 사전 녹화형태로 제작된 팟캐스트 컨텐츠에 가깝다.
3. 시청자들이 전화로 진행자들과 대화하거나, 콘테스트에 참여해 쌍방향 소통의 즉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즉, ‘별밤 뽐내기 대회’나 ‘살림 장만 퀴즈’ 같은 같은 시청자 참여 콘테스트 찬스는 없다. 그래서 아쉽지만 상품도 없다.
4. 듣고 싶은 컨텐츠에 대한 선택적 편집이 가능하다. 즉, 진행자들의 토크와 개별 음악 트랙이 분리되어 있어 원하는 내용과 듣고 싶은 내용만 듣고 나머지는 생략할 수 있다.
5. 모든 청취자가 같은 음악을 들을 수 밖에 없는 라디오 방송과 달리, 개별 청취자의 취향에 따른 플레이리스트 제공해 청취자의 개별 선호도를 반영한 음악 선곡 기능을 제공한다.
테크니들 인사이트
겉으로는 스포티파이의 ‘The Get Up’ 이 예전 라디오 프로그램 포맷을 차용했기에 별반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개별화된 음악 선곡 기능을 바탕으로 사람 간 대화나 코멘트 위주의 팟캐스트 컨텐츠를 얹어서 편집과 선곡이 자유로우면서도 음악과 수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된 디지털 오디오 컨텐츠를 만들어냈다.
사실, 미국의 라디오 방송 시장은 2019년 기준 $24B (240억달러, 약 26조원)에 달해, 같은 기간 약 $8.8B (88억달러, 약 9.5조원) 규모의 미국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비해 3배 가까이 크다. 따라서 스포티파이의 이번 시도는 기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최강자로서 만족하기 보다는 디지털 시대에 음악 스트리밍,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을 새로운 기준과 형태로 포괄하는 대표 오디오 스테이션으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 배경엔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는 점도 한 몫 한다. 그 중 하나가 이른바 ‘Rotation’ 으로 불리는 무시무시한 히트곡 무한 재생 기능이다. 미국에서 라디오를 듣다 보면,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서 어디서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히트곡, 혹은 이미 꽤 흘러간 히트곡 수십곡들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불문하고 음악이 나올 때마다 무한 반복으로 재생된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언제 어디서 라디오를 틀어도 같은 노래가 말그대로 “때려박히는” 가운데, 이쯤되면 정말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와 변명은 있다. 언제 어디서든 라디오를 켜도 ‘잘 알려지고 검증된’ 히트곡이 나오도록 해, 불특정 다수에 의한 실시간 청취율을 유지하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한다. 미국 내에서도 이와 관련된 불만이 무척 많지만, 미국인들의 30%는 꾸준히 그리고 여전히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다.
개인적으로 라디오에서 같은 노래를 몇 달 씩 듣는 고통을 이만 끝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스포티파이의 이번 시도를 굉장히 크게 응원한다.
출처: Spotify, TechC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