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엠씨(EMC)가 자회사인 브이엠웨어(VMware)에 인수되나?

데이터 스토리지 분야의 강자인 이엠씨(EMC)의 피인수설이 발표되었다. 이엠씨의 이사회는 주주 행동주의자들의 압박에 대응하면서 사업영역에 대한 전략을 검토하는 차원에서 여러가지 선택들 중의 하나라고 대응을 했다. 이 소문대로 된다면 이엠씨는 브이엠웨어 주식의 80%를 소유하고 있는 상태임으로 자회사가 모회사를 인수하는 형태가 된다.

이엠씨의 주력사업인 하드 디스크기반의 스토리지(Storage) 사업은 근래 플레시 메모리가 보편화되면서 이전만큼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엠씨는 익스트림아이오(XtremIO)와 같은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들을 인수하면서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매출이 전년대비 2% 성장하는데에 만족해야했다.

몇달동안 이엠씨는 시스코 시스템즈(Cisco Systems)나 휴렛 팩커드(Hewlett-Packard)에 인수된다는 소문이 있었고, 브로케이드(Brocade)와 같은 회사들을 인수하고 자산을 정리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러한 소문들은 조 투시 (Joe Tucci) 이엠씨 CEO가 후계자를 지목하고 은퇴를 하기전에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 놓아야한다는 압박감을 조성하였다. 수요일에 브이엠웨어의 이엠씨 인수설이 발표되자 이엠씨 주식은 3%가 올랐으나 브이엠웨어의 주식은 5%이상 내려갔다.

이번 인수설에는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 펀드가 많은 역할을 하였는데, 이 펀드는 이엠씨의 이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올해 두명의 새로운 이사들을 앉혔으며, 그들은 이엠씨가 브이엠웨어의 나머지 20% 주식을 추가 구매하는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보원에 따르면 이번 인수설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아마 브이엠웨어가 약 500억 달러정도의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면서, 이중에 300억 달러는 현재 이엠씨가 보유한 80%의 자사주식을 되찾는데에 사용하고, 나머지 주식은 현재 이엠씨의 주주들에게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약 100억 달러정도의 추가 부채를 이용해서 이엠씨 주주들에게 현금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하류 합병(downstream merger)설은 재무적인 측면에서 이치에 맞는다. 현재 브이엠웨어 주식은 자사의 2016년 예상 실적보다 20배 높게 거래되고 있으나, 이엠씨의 주식은 자사의 2016년 예상 실적보다 12배 높게 거래되고 있다. 또한 인수가 실현되면 누가 CEO가 되고 기업구조가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현재 기업 지배구조상 이엠씨 이사회가 이 하류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 브이엠웨어의 9명의 임원들중 5명은 현재 이엠씨의 이사회에 포함이 되어있으며, 이엠씨는 브이엠웨어 보통주의 97%가 넘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는 이 인수를 통해 두 회사가 합쳐지면 2016년에 약 9억4천만 달러정도의 운영비를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이엠씨가 2017년까지 약속한 8억 5천만 달러 연간 운영비 감소보다 많은 액수이다.

tN 인사이트: 이엠씨는 1996년부터 20년간 브이엠웨어, 그린플럼(Greenplum), 알에스에이 시큐리티(RSA Security), 다큐멘텀(Documentum) 등 약 70개의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사업영역을 스토리지부터 가상화, 데이터 처리, 보안, 콘텐츠 관리 등으로 넓혀갔다. 하지만 모기업은 기존 스토리지 사업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데이터 센터의 클라우드화 붐을 주도하면서 해당 시장에서 선두주자였던 브이엠웨어는 사업영역을 퍼블릭 클라우드까지 넓혀 성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하류 합병설은 기존 기업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공룡기업들이 인수한 회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못 만들고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대응을 못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사례인듯하다. 특히 HP나 델(Dell)과 같은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발전된 회사들은 인수한 소프트웨어 회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못 이루는 사례가 많은듯하다.

만약 이번 하류 합병이 성사된다면 브이엠웨어는 이엠씨의 스토리지 기술, 알에스에이 시큐리티의 보안기술, 그리고 그린플럼의 빅데이터 처리 기술까지 보유하는 첫걸음이 된다. 그리고 브이엠웨어는 자사의 가상화 기술과 해당 기술들을 접목해서 고객에게 높은 성능과 보안을 보장하는 클라우드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화 기술의 핵심인 하이퍼바이저(Hypervisor)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른 제품들과의 연결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소프트웨어 스택(Software Stack)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오라클(Oracle)이 피플소프트(Peoplesoft), 비이에이(BEA) 등의 기업들을 인수하고 해당 기업의 제품들과 자사 데이터베이스의 연결성을 높히면서 미들웨어 시장과 기업용 어플리케이션 시장을 진출했던 것과 유사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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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멜론대학 MBA를 졸업 후 현재 시애틀에서 아마존 웹 서비스의 RDS 플랫폼 PM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한국 오라클에서 DB 엔지니어를 거쳐 테크 컨설턴트(Tech Consultant)로 일하였습니다. B2B 테크 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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