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또는 런던 금융가에서 블럭체인 (Blockchain) 을 통한 금융거래를 보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바클레이즈 (Barclays) 의 COO 겸 CTO는 “파일 전송 기술의 발전이 음악 산업을 변화시키고 아이튠즈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잉태한 것처럼, 금융 산업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존의 은행은 중앙 시스템에 있는 원장 (ledger) 을 매번 거치게끔 되어 있는 반면, 블럭체인 방식에서는 거래 시마다 투명하게 공유된 거래 내역 데이터베이스의 검증을 거치게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중간 단계를 제거하게 된다. ‘분배된 원장 (distributed ledger)’으로 비유되는 이 방식은 은행의 중간 관리 비효율을 제거하여 수십억의 비용을 절감하게끔 한다. 산탄데르 은행, 올리버 와이만 컨설팅 사, 안데미스 (Anthemis) 벤처 캐피탈에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는 이 기술이 은행의 인프라 비용을 연간 150~200억 불 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어떤 은행들은 비용 절감 효과를 검증 중이며, 어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블럭체인 기술을 만들었고, 어떤 은행들은 소프트웨어 사 또는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을 모색 중에 있다. 물론 보안 이슈의 완전한 해결은 숙제로 남아 있다.
tN 인사이트: 전통적인 은행과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 간의 관계는 대립 구도로 해석되어 왔으나, 은행이 오히려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는 현상은 몇년전의 예상을 상당 부분 뒤엎는 결과이다. 만약 은행이 블럭체인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한다면 (물론 현재로서는 비트코인의 블럭체인과는 분명한 차이는 있으나),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대폭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고,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기술을 대중이 받아들이는 데에 따르는 장벽도 낮아질 것이다. 마치 처음 이메일이 등장했을 때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전송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을 법 하지만 어느 순간 모두가 이메일로 대부분의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된 것처럼, 몇년간 대중화 여부가 불투명했던 가상화폐도 어느 순간엔 당연한 생활의 일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해결해야 할 이슈는 많이 남아있지만 위에 언급된 은행들의 움직임은 변화가 일어나는 쪽의 중요한 동인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Financial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