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주: 아래 글은 테크니들의 기사 포맷이 아닌 필진 칼럼 형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따라서 기사 요약과 인사이트 섹션이 따로 없습니다.)
[insight]포켓몬 Go가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출시 5일 만에 세계 최고의 모바일 게임이 되었으며, 이미 Tinder의 설치 횟수와 Twitter의 사용자 수를 뛰어넘었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 게임이 한국에서는 출시되지 않았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속초에서 제한적으로 실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수많은 한국 유저들이 속초로 몰리기도 했다. 아직 정식 서비스도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이 게임이 한국에 출시된다면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그 우려 중 몇 가지는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포켓몬 Go의 현재는 수많은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1) 증강현실의 부활
그동안 정식 출시된 포켓몬스터 게임은 이미 10개가 넘지만, 그 중 증강현실을 이용해 실제 환경에 포켓몬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게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개발될 당시 가장 주목 받았던 증강 현실은 이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지 실질적으로 사장되어 있었다. 이 게임으로 증강현실에 대한 기대가 다시 부풀어오르고 있으며, 곧 다른 증강현실 앱이 많이 출시될 것이라는 기사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성공요소는 증강현실 하나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게임을 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은 이 기능을 아예 꺼버리는데, 이런 증강현실 비사용자 인구 역시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면 이 게임의 성공이 단순히 증강현실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앞으로도 증강현실은 포켓몬 Go와 같은 기존의 탄탄한 스토리나 특별한 캐릭터 없이 인기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포켓몬 Go도 기존 증강현실 기술의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라기 보다는 카메라 이미지에 포켓몬을 담고 있는 것이 게임의 스토리 라인과 잘 맞아떨어진 제품이기 때문이다.
2) 경쟁에 따른 위치 기반 서비스의 성공
여태까지 성공한 위치기반서비스(지도 제외)들을 보면 경쟁 요소가 있는 게임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포켓몬 Go 사용자들은 ‘게임 보상을 얻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뛰어다니다니 Foursquare가 유행하던 시절이 생각난다’고 말한다. 2011년 Foursquare가 큰 인기를 얻던 시절에도 많은 사람들이 체크인 경쟁을 하며 메이어십을 뺏고 뱃지를 얻기 위해 실제로 밖을 돌아다녔다. 조금 후에 나온 Ingress의 경우도 두 진영간의 땅따먹기 경쟁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두발로 뛰어 게임을 했다. 포켓몬 Go는 단순히 포켓몬만을 모으려던 플레이어도 다른 사람들의 좋은 포켓몬을 보고 경쟁심이 생기게 하고, 경쟁심이 많은 플레이어도 체육관 배틀 요소 덕분에 즐길거리가 많다.
위치기반서비스의 특징은 특정 위치에 있을 때 이벤트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집에서 쉬고 있는 사용자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보상이 필요하다. Foursquare와 Swarm의 앱 분리 이후 Foursquare에서는 더 많은 사용자들을 밖으로 나가게 하기 위해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하며, Shopkick은 제휴 가게들에서 할인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런 비경쟁적 서비스들은 경쟁적 서비스에 비해 큰 붐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3) 브랜드의 중요성
포켓몬 Go는 사실 Ingress와 플레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앱 모두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이 유리하며, 포켓스탑은 포털이라고 볼 수 있고, 땅따먹기 요소는 체육관에 있다. 다른 점은 결국 포켓몬스터라는 브랜드다. 세계의 수많은 어른은 포켓몬스터와 함께 자랐으며 현재 어린이들도 포켓몬스터의 최신 작품들을 플레이하고 있어 말 그대로 세대를 가리지 않는 인기 브랜드다. 이 게임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은(닌텐도 기기가 필요없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나온 첫번째 포켓몬스터 게임이자 가장 포켓몬스터 세계관에 충실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의 인기가 브랜드의 인기와 정비례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중요성은 메신저 LINE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네이버 talk의 실패 이후 수많은 메신저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었던 LINE은 스티커를 통해 수많은 브랜드들을 앱에 노출시켰다. 디즈니, 산리오, LINE 자체 브랜드의 수많은 캐릭터들이 대화창을 수놓자 사용자 수는 급증했고, LINE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브랜드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앞으로도 브랜드 산업은 기술 산업에 더욱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4) 문화컨텐츠
포켓몬스터는 단순히 만화가 아니다. 게임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수도 없고, 애니메이션이라고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포켓몬스터는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창작자들의 손에서 탄탄하게 다져져 온 하나의 세계다. 포켓몬스터가 작품마다 한 트레이너의 성장을 담은 스토리, 몬스터 배틀 게임, 귀여운 가상 동물들의 생태계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포켓몬스터라는 세계가 실제 세계와 같이 어느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insight]
이미지 출처: Engag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