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가 미국의 임상 화학 학회(AACC)에서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테라노스 역사상 최초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사의 기술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던 기술 (소량의 혈액을 이용하여 수백가지의 질병을 진단한다는)에 대해 밝히는 대신, miniLab이라 이름붙인 새로운 제품을 공개하였다. miniLab은 실험실이 아닌 제 3세계, 혹은 전쟁터와 같은 ‘필드’에서 사용가능한 혈액 분석기이다. 미국 CMS (한국의 건강보험공단과 비슷한 정부기관)로부터 2년간 혈액 분석 및 진단 센터를 소유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는 제재를 받은 홈즈가 ‘실험실 (lab)’ 이 아닌 곳에서 사용가능한 제품을 출시하여 제재를 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학회 발표 이후 테라노스는 Zika 바이러스를 진단에 miniLab을 이용할 것이라 밝혔으나, 미국 식약청의 조사 이후 돌연 Zika 진단 승인 신청을 철회하는 등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다.
[insight] 모두가 테라노스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테라노스에는 10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으며, 최근 ‘준법감시 위원회 (Compliance Committee)‘를 구성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힘을 쓰고 있다. 과연 테라노스에게 두번째 기회가 있을까? 일단 객관적인 주변 상황은 그다지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 파트너였던 월그린이 계약을 파기함으로써 아리조나의 테라노스 웰니스 센터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이므로 매출이 전혀 없다. 신제품이 무사히 개발되고 승인을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다시 월그린과 같은 파트너를 찾는 것도 힘들뿐더러, 회사 가치가 90억 달러에서 1/10 이하로 곤두박질 쳤기에,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결국 기존에 투자받은 돈 중 남은 돈 만으로 회사를 꾸려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 설상가상으로 테라노스 웰니스 센터에서 검사를 받았던 환자들이 테라노스와 월그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하였다. 기술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허위 마케팅을 하여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인데, 이와 비슷한 소송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 테라노스에게 큰 재정적 부담이 될 것이다.
- 무엇보다 중요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같은 기술을 다르게 응용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시장에서 돌파구가 될 수는 없다.
이미 청산절차에 들어갔어도 이상하지 않을 테라노스와 엘리자베스 홈즈가 miniLab 과 같은 제품으로 당국의 제재를 우회하면서까지 재기를 노리는 이유는 무엇이며 투자자들은 왜 아직도 내버려두는 것일까? 이미 투자한 투자자들이 (기술력이 있다는 전제 하에) 테라노스를 인수할만 한 회사에 팔아서라도 손실을 최소화하려 것이 아닐까 예상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miniLab 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것도 아니고, FDA 조사이후 Zika 바이러스 진단 승인 신청마저 철회하는 등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는 모습에서 ‘진짜 의도’가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가 쉽지는 않아보인다. [/insight]
관련 기사: TechCrunch, FierceMedicalDevices, FierceMedicalDevices | 이미지 출처: TechC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