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인사이트 넘치는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하는 KPCB 벤처캐피탈의 메리 미커(Mary Meeker) 파트너가 2017년판을 공개했다.
스마트폰 판매 성장세가 정체되었지만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온라인 광고 시장 규모가 드디어 올해 TV 광고를 넘어설 전망이고, 온라인 광고의 크리에이티브가 다양해지는 등 거시적 관점의 데이터들도 훌륭하지만, 방대한 보고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최신의 트렌드를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는 점은 매번 무척 놀랍다.
테크크런치에서 요약한 주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 스마트폰 판매 및 인터넷 보급율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 “모바일로의 전환” 보다는 “모바일의 추가”가 더 맞다. 모바일 이용 시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데스크톱 사용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아직 모바일 이용 시간 대비 광고비 비중이 낮기 때문에 성장의 여지가 있다.
- 구글과 페이스북이 온라인 광고 성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 인터넷 광고 시장이 TV 광고 시장 규모를 6개월 내에 넘어설 것이다.
- 스포티파이가 주도하는 음악 스트리밍 시장은 CD 등 기존 음악 시장 규모보다 커졌으며, 16년 만에 처음으로 음악 시장이 성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 이스포츠(eSports)는 매년 시청시간이 40%씩 급성장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기존 스포츠만큼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 클라우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메일 스팸 역시 급증하고 있다.
- 중국 실시간 스트리밍, 자전거 공유 등의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이를 통해 큰 수익을 얻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인도의 데이터 요금이 하락하면서 인터넷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스마트폰 가격은 구매력 대비 너무 높다.
- 60%의 미국 대표 테크 기업이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이민자 자녀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개인적으로 주목한 포인트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Retail)의 생존 싸움이다. 이번 주에 100 여개 매장 철수를 발표한 Michael Kors를 비롯한 오프라인 점포들의 폐업이 최근 20년간 올해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마존 및 워비 파커(Warby Parker), 보노보스(Bonobos) 등 온라인 기반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추세이다.
“I don’t think retail is dead. Mediocre retail experience is dead.”
(나는 유통업의 생명이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런” 고객 경험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 Neil Blumenthal, CEO of Warby Parker
이러한 손바뀜의 중심에는 소셜 미디어가 있는데, 고객들이 콜센터나 이메일 등의 전통적인 수단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과 고객 서비스를 가장 선호하기도 하고, 아예 Allbirds, MVMT 같은 전혀 새로운 브랜드들이 소셜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마이크로 세그멘트(Micro-segment)들을 하나씩 공략하여 기존 소비재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이커머스 시장은 다시 성장하고 있으며, 월정액(Subscription) 커머스가 이를 견인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살아남기 위해 월마트 등 기존 유통업체들의 대응은 M&A 등을 통해 온라인 비중을 늘리는 것이나, 거의 10년에 가까운 노력 대비 실제 성장 및 수익성에 끼친 영향은 크지 않다.
미디어의 경우, 90년대 후반 이후 계속 줄어들기만 하던 음악 시장이 스포티파이 등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으로 드디어 반등을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급성장이 눈에 띄는데, 이미 시청자들의 시청 시간 기준으로는 Fox나 CBS 같은 메이저 채널과 동급으로 성장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며 자란 세대는 더이상 TV를 볼 이유를 느끼지 못할 것이며, 온라인 미디어가 TV 등 기존 미디어를 완전히 삼킬때까지 성장이 계속될 것이다.
이번 보고서의 또다른 특징은, 중국계 VC인 Hillhouse Capital이 별도의 중국 챕터를 담당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점은 알리페이의 시장점유율이 54%밖에 되지 않고 위챗페이가 40%를 차지한다는 점인데 몇년 전 통계 대비 위챗페이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위챗은 중국에서 이미 페이스북이 하지 못한 온갖 부가 상품 및 서비스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으며, 위챗 플러그인으로 창업하여 투자를 받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 이미 매우 많은 상황이다.
인도 시장과 헬스케어 분야 역시 별도의 챕터로 다루어졌는데, 최근 VC들이 이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VR/AR, AI 등 최근 Hype들이 크게 다루어지지 않은 점은 의외인데, 아직 데이터가 충분히 집계되지 않은 분야라 내년 보고서를 기약해볼 수 있을 것이다.
p.s. “누구나 소셜 미디어로 공유는 하지만 읽지는 않는다”는 이 리포트는 심지어 매년 분량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올해는 무려 300 페이지를 돌파하여 공유 대비 실질 조회수를 낮출 것이 분명하다.
기사 출처: KPCB, TechC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