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연결의 힘(Strength of Weak Ties)“는 기념비적인 사회과학 연구 중 하나로 꼽힌다. Mark Granovetter는 1970년 당시 이직한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직장을 알게 되었는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강한 연결”이 아닌 결혼식에서 알게된 사람, 건너건너 알고 지내던 사람 등 “약한 연결”을 통해 이직한 경우가 더 많다는게 확인되었다.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강한 연결, 즉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며 비슷한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약한 연결은 새로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준다. 따라서 약한 연결이 기존에는 모르고 있던 채용 정보를 가져다주고, 이로 인해 이직이 더 많이 일어나게된다. 이 개념은 네트워킹의 이점을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된다. 새로운 사람과 가벼운 관계를 만드는 네트워킹은 약한 연결을 늘려주며,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최근 HBR에 인디애나 대학 조교수인 Ilana Gershon이 이에 반박하는 글을 개재했다. 베이 에이리어(Bay Area)에서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이직한 141명에 따르면, 직장 동료나 업무상 고객 등 강한 연결인 “직장 인맥” 덕을 본 사람이 60%인 반면, “친구의 친구” 도움을 받은 경우는 17%에 불과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변화가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정보의 접근’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70년대에는 취직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의 사실조차 알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은 너무 이력서가 많이 들어와서 문제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임직원 추천 채용 제도를 활발히 운영한다. 임직원이 적절한 외부 사람을 회사에 추천하고, 일정 단계이상 면접이 진행되거나 입사로 이어지면 거기에 맞게 보상하는 제도이다.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높은 성과를 보여준다고 한다. 테크 업계가 이 제도를 특히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해당 업무에 필요한 역량이 이력서나 시험 등으로 검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일해봤는지 여부가 중요해진다. 임직원 추천 제도에 추천도 해보고, 사람 소개해달라는 주변 지인들에게 소개도 해본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봐도 마찬가지이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잘 알려진 기업들에는 일일이 살펴보기도 힘들 정도의 많은 이력서 중에서 쉽게 옥석을 가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지만, 완전히 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스타트업에게도 유용하다. 몇명 안되는 구성원인지라 한명한명이 소중한 스타트업에서는 심사숙고해서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따라서 그 사람의 실제 업무 역량이나 성향, 조직 적응도 등을 면밀히 검토하기위해 함께 일해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따라서 테크 업계에 종사하면서 이직을 꿈꾸거나,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외부사람들과의 네트워킹보다는 직장 내에서 좋은 평판과 평가를 받는데 더 신경을 기울이는게 현명한 선택이겠다. 특히 같이 일했던 사람 중에 다른 회사로 옮겨간 사람들이 이직의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