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전)엔지니어 James Damore는 구글의 이데올로기 밀실 (Google’s Ideological Echo Chamber) 이라는 글을 통해 구글의 정치적 좌편향을 지적하고 성적, 인종적 차별을 죄악시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논리적인 것 같지만 수 많은 가정과 주장들을 담고 있는 이 글에서 그는 보수적 관념을 가진 사람이 역차별을 당해서는 안되며, 리더십에서의 여성의 비율이 낮은 이유와 여성 엔지니어의 수가 50%를 차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물론 사회적인 교육이나 관념의 영향을 부정하는 단편적인 주장이다.
또한 그는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고 있는 무의식적 편견(Unconscious Bias)에 대한 경계가 좌편향 되어 있으며 보수주의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기존의 편견을 없애려고 하면서 보수주의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차별을 반대하는 것은 여성이라서 더 혜택을 받아야 하거나 다른 인종이어서 더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당신은 여성이고, 여성은 테크 직종에 많이 없으니까, 당신은 테크 직종을 잘 하지 못할거야”라고 하는 개인에 대한 성적 편견의 일반화를 경계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오히려 성적 차이를 당연하고 일반적인 생물학적인 차이로 주장하면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을 보호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성별 뿐만 아니라 인종의 생물학적 차이로 테크 직종에 종사할 수 있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그의 주장은 과학적, 논리적 근거가 많이 부족하다. 성별과 인종적 불균형에는 사회적 편견과 구조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그의 주장은 분명히 편향되어 있다.
이 글이 구글 내부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외부에도 유출되면서 구글의 CEO 순다 피차이는 휴가 중에 James를 해고하고 블로그를 통해 입장을 발표하였다. 순다 피차이의 입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구글러들이 자신의 입장을 표현할 자유는 그것이 다수의 의견에 반하더라도 전적으로 보장된다.
- 구글은 구글러들이 어떠한 이유에서도 괴롭히거나 위협하거나, 편견을 갖거나 불법적인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윤리 규정(Code of Conduct)을 통해 규정하고 있다.
- 우리의 뛰어난 동료들이 구글의 미션에 기여하는데 생물학적으로 부적합한 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편견이며 구글의 윤리 규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다.
- 구글러들은 강한 주장을 펼치는 것보다 서로 존중하며 토론해야 하고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주위 구글러들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이다.
- 이 글에서 문제 삼은 구글의 무의식적 편견에 대한 교육 정책, 사내 이념 편향성에 대한 의문, 여성과 소수 인종에 대한 특별한 배려 등에 대한 토론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누구나 그러한 대화는 할 수 있다.
- 그러나 특정한 집단을 배제하거나 편견을 통해 정형화하고 그것을 열린 태도가 아닌 강하게 주장하는 태도는 용인 될 수 없다.
이번 구글의 조치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많은 논란의 여지를 만들었다. 특히 트럼프의 등장과 맞물려 그동안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낙인 찍혀왔던 보수주의자들의 입장이 수면 위에 드러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다원주의(diversity)는 사람을 집단의 일부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서 경계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성별과 인종에 상관 없이 개인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회사의 문화가 그 틀 안에 세워졌으며 그러한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을 문화 적합성(Cultural Fit)이 맞는 사람으로 간주하면서 인재로 채용하였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명확하지 않았던, 개인의 주장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며 그 한계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사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