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미국 현지시간) 애플의 새로운 아이폰 모델이 발표될 장소는 예년의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Moscone Center)가 아닌 새로운 애플 본사 캠퍼스, 즉 ‘애플 파크(Apple Park)’의 스티브 잡스 씨어터(Steve Jobs Theater)이다. 물론 이 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단연 새로 나올 아이폰 10주년 모델의 디자인과 기능이겠지만, 이번 행사가 열리는 장소인 애플 파크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3년 착공하여 올해 4월부터 직원들의 입주가 시작된 애플 파크는 UFO를 닮은 특이한 디자인과 엄청난 규모로 (1만 2천명 수용 가능, 캠퍼스 부지 전체 규모 약 70만8000㎡) 설계 당시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 약 $5 billion이라는 대규모 예산이 집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금액이 애플의 2017년 현재 현금보유액의 단 2%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아직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애플 파크와 스티브 잡스 씨어터의 최근 모습은 매튜 로버트가 드론으로 촬영한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애플 파크는 스티브잡스의 마지막 유작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세상을 떠나기 불과 넉 달 전인 2011년 6월, 그가 쿠퍼티노 시의회에 직접 출석하여 애플 파크 설립 계획에 대한 프리젠테이션까지 한 것을 보면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스티브 잡스 사후에는 그가 평소 정신적 파트너(Spiritual Partner)라고 부를 정도로 신뢰하던 애플 최고 디자인 책임자 (Chief Design Officer)인 조너던 아이브가 애플 파크의 디자인을 직접 챙겼다. 때문에 애플 파크 사무공간 곳곳에 두 사람의 제품 디자인 철학이 녹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애플 파크의 새로운 근무 환경은 애플 임직원들에게 적지 않은 문화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늘어난 수천 명의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쿠퍼티노시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는 사무공간들을 추가로 임차해서 사용해 왔다. 때문에 그동안 뿔뿔이 흩어져 있던 본사 직원들이 애플 파크로 입주를 모두 마쳤을 때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업 양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과거 애플 본사 건물에서는 개인 사무실이 많이 주어졌던 것에 반해, 애플 파크는 개방형 사무공간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생산성 관점에서 조용한 사적 공간을 선호하던 일부 엔지니어들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애플 CEO 팀 쿡은 지난 2월 애플 파크로의 본사 이전 소식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 대한 비전은 그가 생전에 우리와 함께했던 그 시대를 초월하는 것입니다. 그는 다가올 미래 세대에서도 애플파크가 혁신의 중심지가 될 수 있길 원했습니다.”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은 아마존 등 경쟁기업에 비해 최근 혁신 속도가 뒤쳐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아이폰 10주년 모델 발표와 더불어, 새로운 보금자리인 애플 파크로의 이전이 애플에게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WSJ | 이미지 출처: Appleins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