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의 여러 자회사 중 ‘X Development LLC (이하 X)’라는 이름의 회사가 있다. 구글이 2010년 세웠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면서도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사업 아이템에 집중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구글 무인자동차 ‘웨이모 (Waymo)’, 성층권에 큰 풍선을 띄워 산간 오지에 인터넷을 공급하는 ‘프로젝트 룬 (Loon)’, 딥러닝 기술을 개발하는 ‘구글 브레인 (Google Brain)’ 등이 바로 X에서 시작된 사례들이다.
최근 X가 ‘미네랄 (Mineral)’이라는 이름의 농업용 로봇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네랄이 주로 하는 일은 농작물의 성장 주기별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이 데이터에는 작물 뿐 아니라 날씨나 토양 특성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농업용 로봇들은 생산 과정을 ‘부분 자동화’ 하는데 쓰인다. 농부 대신 농약을 치거나 작물을 수확하는 일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언제, 어느 장소에, 어떤 기능의 로봇을 투입할지 결정하기 위해 사람의 개입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농부의 직감이나 개인적인 과거 경험이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X는 작물의 성장 주기별 데이터를 디지털로 바꾸는 일을 첫 단계로 삼았다. 이는 로봇 투입 결정 자체를 컴퓨터가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농작물 생산과 수확에 필요한 결정까지도 ‘완전 자동화’ 할 수 있게 된다.
미네랄의 기능은 개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아래 3단계 그림처럼 사륜차 모양의 로봇이 밭 고랑을 이동하며 1) 농작물의 고해상도 2D 이미지를 찍는다 2) 이미지에서 작물 성장, 해충 피해, 토양 상태 등를 파악한다 3) 이렇게 수치화된 정보를 3D 모델로 재구성한다.
X가 농업에 집중한 이유 중 하나는 농업이 가장 디지털화 되지 않은 분야기 때문이다. Harvard Business Review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아래 그래프처럼 미국에서 농업은 디지털 기술을 위한 재원이나 사례, 인력 등이 가장 적게 투입된 상태다. 여전히 발전의 기회가 많은 산업군으로 볼 수 있다.
테크니들 인사이트
농업 기술은 영어로 농업 (agriculture)과 테크놀러지 (technology)의 합성어인 ‘어그테크 (agtech)’ 혹은 ‘어그리테크 (agritech)’로 불린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어그테크 분야에는 2019년 한 해에만 세계적으로 약 4조 6천억원 (40억 달러)의 투자가 집행됐다. 기후가 악화되고 농작물 생산 가능 면적이 줄어드는 반면, 안전한 로컬 푸드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어그테크 분야는 네덜란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스마트팜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관련 스타트업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팜 기술은 농작물 모니터링이나 제어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데이터 활용 알고리즘 개발, 로봇 자동화 기술 등은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인구 감소, 고령화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어그테크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