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을 떠나 Day 1을 시작하는 제프 베조스

2021년 2월 2일(미국 시각) 뉴욕 증시 마감 이후 아마존의 실적 발표가 있었다. 아마존은 작년 4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아마존의 2020년 4분기 매출은 1,255억 6천만 달러(약 140조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순이익은 72억 달러(약 8조 원)를 기록했고, AWS 매출은 127억 달러(약 14조 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아마존의 엄청난 실적과 더불어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은 제프 베조스의 퇴임이었다. 제프 베조스는 올해 3분기 CEO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직원에게 전했다.

후임 CEO는 AWS의 CEO 앤디 재시가 맡는다. 베조스는 아마존의 이사회 의장으로 아마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앤디 재시는 1997년 아마존에 입사해 베조스와 오랜 시간을 보낸 인물이다. 앤디 재시가 아마존의 키를 잡는 것은 예정되었던 일이지만, 이렇게 빨리 키를 넘겨받을지는 몰랐다. (이전 테크니들 글 참고)

Andy Jassy: An inside look at how the Amazon exec runs AWS
새 아마존 CEO가 될 앤디 제시

베조스의 창업 스토리와 아마존의 스토리는 워낙 많이 알려져 있다. 1995년 아마존을 창업하고 세계 최고의 이커머스 기업을 일궈냈다. 베조스의 아마존 성공 방식은 수많은 책과 아티클로 정리되어 있다.

베조스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아마존의 플라이휠을 그렸고, 파워포인트 슬라이드가 없는 회의, 6page 문서, Working Backwards 프로세스, 후회 최소화 프레임 등을 만들었다. 베조스가 이룩한 업적과 경영 전반에 미친 영향력을 어마어마하다.

Applying the Amazon Flywheel to Your Business | Sellics
아마존을 상징하는 플라이휠

베조스는 아마존만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 무려 27년간 하나의 기업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다. AWS를 만들고 킨들, 알렉사를 비롯한 혁신 제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낸 것도 베조스의 업적이다.

* 개인적으로 베조스의 업적과 아마존의 성공을 높게 평가한다. 리테일 시장을 혁신하고 아마존을 최고의 회사로 만든 점은 경영자로 존경받을만하다. 비록 불륜으로 얼룩진 개인사가 있고, 인간미가 다소 부족한 기업 문화, 아마존 창고와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가 있어 ‘좋은’ 경영자 인가로 보기는 어렵다. 인간적인 부분에서는 쉽게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Jeff Bezos' Poster Print by Beny Rahmat | Displate
베조스처럼 입체적인 인물이 있을까

테크니들 인사이트

아마존의 미래는?
제프 베조스 없는 아마존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제 현실이 됐다. 물론 아마존 CEO직을 사임했지만, 여전히 그의 영향력은 아마존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대주주로 남아 있기 때문에 큰 의사 결정은 베조스의 결정도 큰 몫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아마존은 베조스 없이 가야 한다. 그럼 아마존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까? 스티브 잡스의 사후 많은 사람들은 애플이라는 배의 선장이 된 팀 쿡에 대해 우려했다. 하지만, 애플은 그 후 계속 성장하고 세계 최고의 기업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새 선장인 앤디 재시는 베조스와 2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했다. (스티브 잡스와 팀 쿡보다 더 오랜 세월을 함께 했다.) 베조스가 아마존의 핵심인 AWS의 CEO에 앤디 재시를 앉히고 후임으로 선택한 결정은 이유가 있다. 앤디 재시는 베조스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성향도 비슷하다. 베조스가 없어도 이미 튼튼한 배로 항해 중인 아마존이 흔들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아마존은 베조스가 심어 놓은 DAY 1 정신으로 앤디 재시와 함께 항해를 계속할 것이다.

과연 베조스는 앞으로 무엇을 할까? 베조스는 블루오리진, 워싱턴포스트 등 다른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베조스는 무엇보다 블루오리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 사업은 베조스의 오랜 꿈이며, 일론 머스크와 전면전을 펼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베조스는 원래 매년 10억 달러 상당의 아마존 주식을 팔고 이를 블루오리진에 투자해왔다. 그런데 올해부터 주식 매각 규모를 100억 달러로 늘렸다. 사재를 털어 우주 산업에 집중하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대결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베조스는 직접 우주에 가기 위해 트레이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아마 몇 년 내에 블루오리진의 유인우주선이 달을 향해 갈 때 베조스가 직접 탑승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의 아마존 CEO 사직은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DAY 1 정신을 자신에게 적용하는 혁신이다. 베조스는 이제 27년간 인생을 바친 아마존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새로운 혁신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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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컨설팅 기업인 에이블랩스(Able Labs)의 대표이며 인공지능 스타트업 크레바스에이아이(Crevasse AI)의 COO로 근무 중입니다. SK플래닛, IBM 등에서 근무했고, 뉴욕대학교(NYU) 기술경영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추천 알고리즘, 아마존, 블록체인, 커머스에 관심이 많고 주로 IT와 커머스 분야에 대해 글을 씁니다. '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와 '인공지능 비즈니스 트렌드(공저)'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