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 (Doordash)’가 샐러드 로봇 제조 업체인 초보틱스 (Chowbotics)를 인수한다. 인수가를 포함한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초보틱스는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IPO 후 도어대시의 주가가 한동안 멈칫했지만 2021년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했기에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했다면 도어대시 입장에서도 나쁜 딜이 아니었을 것이다. (1월 이후 도어대시의 주가는 약 55% 상승했다)
2014년 설립된 초보틱스는 좁은 공간에서도 샐러드 재료를 보관, 제조할 수 있는 자판기 크기의 로봇 샐리 (Sally)와 샐리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리 서비스에는 기계의 유지 보수, 샐러드 재료의 공급이 포함된다.
고객들은 샐리가 제공하는 22가지 재료를 골라 자신이 원하는 맛, 영양소, 칼로리에 맞춰 자신만의 샐러드를 만들 수도 있고, 샐리에 저장된 쉐프의 레시피를 통해 맛과 영양소가 보장된 샐러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초보틱스는 인수 전까지 350개의 샐리를 슈퍼마켓, 병원, 회사 사무실 등에 제공했으며 한화 약 230억원 ($21M)을 펀딩 받았다.
도어대시는 초보틱스를 자신의 플랫폼에 입점한 상점에 제공을 하고, 자사가 운영 중인 고스트 키친에서 활용을 하며, 공항, 병원, 대학교 등에 독립된 키오스크 형태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니들 인사이트
샐러드는 신선 식품의 특성상 다루기가 어렵다. 우선 다양한 재료를 신선하게 확보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꾸준한 수요가 보장되지 않으면 공급 업체로부터 양질의 재료를 쉽게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재료를 확보하더라도 수요를 예측해 재료를 알맞은 방법으로 신선하게 보관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샐러드 전문점이 아니라면 다양한 레시피를 보유하는 것도, 그것을 일관된 맛으로 제공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필자도 회사를 다니며 샐러드를 자주 먹었는데, 한정된 메뉴에 질려 샐러드 회사를 여러 개 돌려 먹은 기억이 생생하다.
이런 점에서 도어대시에 입점한 상점들에 샐리를 판매하거나 임대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은 도어대시 입점 파트너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나아가 도어대시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맛의 샐러드가 메뉴에 있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판기 크기의 공간만 차지하고, 추가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 유명 쉐프가 샐리와 손잡고 개발한 레시피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레시피가 꾸준히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메뉴가 식상해져 고객이 이탈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도어대시 정도의 업체라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샐러드 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확보해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도어대시는 2020년 4분기에만 2억 5천만 건의 오더수를 확보했는데, 이 중 1%만 샐러드를 주문하더라도 도어대시는 2천 5백만개의 샐러드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출처: Barclays 2021.2.1)
어떤 조건으로 도어대시가 샐리를 판매, 임대할 지 모르지만 샐리는 입점 업체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도어대시가 시장 점유율에 초점을 맞춘다면 경쟁 플랫폼에서 빠지는 대가로 샐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음식 배달 사업이 진화하며 도어대시를 비롯한 음식 배달 플랫폼들이 고스트 키친 (공유주방: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각종 주방 시설을 빌려주어 누구나 쉽게 배달 전용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 운영에 뛰어들었는데 초보틱스는 도어대시의 고스트 키친에도 경쟁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고스트 키친 입점 업체들이 고스트 키친에 비치된 샐리를 통해 샐러드를 구입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틱스가 기존에 펼치던 사업은 덤이다. 초보틱스는 2019년까지 솔루션을 정교화 시켰고, 2020년부터 병원, 학교 등 임대료가 비싼 곳에 샐리를 공급시킬 계획을 구상했는데 도어대시의 막대한 자원과 기존 파트너 리스트들 (월마트, CVS, 월그린, 7-Eleven 등)은 전략의 실행을 한층 가속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음식 배달 산업은 코로나 사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해 왔다. 성장하는 시장의 과실을 따먹기 위해 북미에서만 20여개의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해왔다. 지금껏 경쟁 요소는 더 많은 선택권 (입점 상점 수), 더 빠른 배달, 가격, 편리한 UX/UI (음성 비서를 통한 주문 가능, 배달원 현재 위치 확인 등) 였고, 업체들은 이를 중심으로 경쟁해왔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필자는 맛있는 혹은 저렴한 샐러드를 제공해주는 식당이 있다면 그 때문이라도 해당 식당을 선택할 것 같다. 샐러드가 산업에 신선한 변수로 작용할지 궁금해진다.
기사 및 이미지 출처: Business Insider, TechCrunch, Doord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