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를 뚫고 피어난 혁신 – 2021년 가장 핫한 독일 핀테크 서비스 6개

독일은 관료주의로 유명한 나라다. 모든 행정 및 생활과 관련된 관공서 등의 업무는 예약 잡기도 어렵고, 독일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공무원 독일어(officialese)’로 일반인에게는 머리 아픈 주제이자 멀리하고 싶은 주제였다. 그렇게 장벽이 높은 행정, 금융, 보험, 세무 영역은 아이러니하게도 생활에 꼭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장기화되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2020년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독일 스타트업 top 10 중 4개가 핀테크 분야의 회사들 (N26, Trade Republic, Solaris Bank, Taxfix)이었다. 비대면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간편하게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100% 디지털 뱅킹의 인기가 높아진 탓이다. 최근 떠오르는 독일의 핀테크 사례를 소개한다.

N26 – 독일의 카카오뱅크

N26은 2013년에 설립된 베를린의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2015년에 첫 번째 프로덕트를 내놓으며 엄청난 인기 몰이를 시작했다. 2016년에는 유럽 전체에서 사용 가능한 은행업 인가 (full banking license)를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은행업을 시작한다. ‘mobile and flexible, simple and transparent’라는 모토를 걸고, 핸드폰으로 계좌를 개설하는데 단 8분밖에 소요되지 않는 100% 디지털 은행을 표방하였다.

기본 수수료가 없고 모든 은행 업무를 모바일에서 해결할 수 있다. 기존 은행처럼 모든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계좌 관련 업무, Mastercard와 제휴한 신용카드 업무 등의 핵심 서비스에 집중한다. 그 외 부분은 다른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제공한다.

해외송금은 Transferwise, 저축상품 판매는 Raisin, 자산관리는 Vaamo, 보험은 Clark, 대출서비스는 Auxomoney와 협력하고 있다. 2021년 현재, 25개국에 700만 명의 고객을 두고 있다. 8개의 해외 사무소에서 15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고, 2019년에 이미 총매출 (gross revenue)이 1억 유로, 순 수수료 수익 (net commission income)이 4,750만 유로, 순 이자 수익 (net interest income)이 930만 유로를 돌파했다.

Solaris Bank – 독일 Banking-as-a-Service (BaaS) 1위 플랫폼

  • 설립: 2016년, 베를린
  • 비즈니스 모델: white label banking
  • 직원: 400여명 (2021.02)
  • 고객 기업: Kontist, Penta, Vivid, Tomorrow 등 약 79개 (2019.12)
  • 투자 단계: 시리즈 C, 6000만 유로(2020.06)
  • 투자자: ABN-AMRO, BBVA, finleap, global brain, HV, Lake Star, Samsung Catalyst Fund, SBI Group, Storm Ventures, Visa, Vulcan, yabeo

솔라리스 은행은 2016년 설립되었다. 처음에는 테크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독일 금융감독원 (BaFin)으로부터 은행 풀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이후 성장세를 지속하며 2019년 1,550만 유로의 순이익을 거뒀고, 최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에도 진출했다.

비금융기관들이 은행 라이선스 없이도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할 수 있도록 API를 개방하는 on-demand 서비스를 제공한다. BaaS 플랫폼 제공으로 고객기업으로부터 설치 및 사용에 대한 수수료 혹은 공유형 수익을 얻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다. 작년 9월 삼성전자와 손잡고, 독일에서 삼성 페이를 출시한 파트너 은행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은행 라이선스가 없이도 솔라리스를 이용해 금융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다. 독일 핀테크 업체 대부분이 솔라리스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Kontist – 프리랜서와 1인 자영업자에 특화된 뱅킹

  • 설립: 2016년, 베를린
  • 비즈니스 모델
    • 프리랜서와 1인 자영업자에 특화된 뱅킹 서비스
    • 자동 연계되는 회계/세무 서비스는 기존 은행 업무 대비 8배 이상의 수익성
  • 직원: 100여명 (2020.12)
  • 고객 수: 약 15만명
  • 투자 단계: 시리즈 A, (2018.10)
  • 투자자 : Danish VC, Haufe Group (독일 최대 회계 소프트웨어 회사) 등

독일에서 프리랜서나 1인 사업자들이 회계 및 재무관리에만 들이는 시간은 평균 25일, 비용은 약 3,000유로 정도 (세무사 비용 평균 약 2,500유로 포함) 소요된다. Kontist는 스스로가 프리랜서로서 불편함을 겪었던 창업자 크리스 플란테너 (Chris Plantener)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가장 혁신적인 것은 은행 계좌와 회계/세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연동되어, 별도의 수고 없이 재정관리와 예상 부가세 및 소득세 등의 세금 계산이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을 찍어서 올리면, 자동으로 세금 신고를 위한 형식에 기입이 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독일의 자영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통해 혁신 은행 중 가장 성공한 은행으로 꼽혀, ‘2020년 올해의 핀테크 기업’에도 선정되었다.

2020년에 발생한 COVID-19 위기에서 Kontist는 더욱 성장했다. 독일 정부에서는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를 위한 코로나 지원금을 발표하면서, 추후에 전년도 매출에 대비, 올해 매출이 하락했음을 증명하는 세무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Kontist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코로나 위기에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들이 지원금 신청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하였다.

또한 자영업자들이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Kontist 커뮤니티를 설립, Kontist 은행의 찐팬(!)들을 많이 만들어 냈다. 2020년 코로나 위기 직후, 자영업자 전용 대출 서비스를 시작하여, 발 빠른 대응으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Penta – 스타트업 및 기업에 특화된 뱅킹

  • 설립: 2017년, 베를린
  • 비즈니스 모델
    •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특화된 뱅킹 서비스
  • 직원: 120여명 (2020.12)
  • 고객 수: 약 25,000개(명)의 비즈니스 고객 
  • 투자 단계: 시리즈 B, 3천만 유로 (2021.02)
  • 투자자 : finleap, HV Capital, RTP Global, Presight Capital, S7V und VR Ventures und ABN AMRO Ventures 등

Penta Fintech GmbH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특화된 뱅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본적인 비즈니스 계좌의 기능을 최대한 단순하고 편리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회사 직원들이 쓸 수 있는 법인카드 발급, 카드 사용 내역 및 회계 관리 동기화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독일 개발 은행 (KfW)과 협력하여 중소기업 전용 대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 작은 규모의 회사가 필요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팁 (예: 기업용 보험, 출장에 관한 호텔 예약, 코워킹 툴에 대한 조언, 회사용 차량 렌트 등)을 주고 있으며, 이를 계좌와 연동해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독일에서 일반 회사들이 가장 많이 쓰는 월급, 세금, 회계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인 DATEV와 파트너십을 맺어, 직원 급여 관리를 PENTA계좌 내에서 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눈에 띈다. AI 솔루션을 적용한 카드 결제 리더기 업체 SumUp과 협력하여,  PENTA POS라는 상품을 내어놓아 자영업자 고객들이 쉽게 매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즈니스 고객 맞춤형 상품으로 좋은 시장 반응을 얻었고, ‘2019년 올해의 핀테크 기업’으로 선정됐다.

Vivid – N26의 최대 라이벌

  • 설립: 2019년, 베를린
  • 비즈니스 모델
    • 개인 계좌 개설, 차등화 된 혜택을 가진 계좌 및 카드 (Standard 무료/ Prime 월 9.90유로)
    • 추후 주식 투자 서비스 오픈 예정
  • 캐시백 제휴 업체: Rewe, Liferando, BoFrost, Eismann, HelloFresh, Too Good To Go, Netflix, Amazon Prime, Disney+, Nintendo Switch Online 등
  • 직원: 180여명 (2021.02)
  • 고객 수: 2020년 6월 런칭하여, 아직 정확한 고객 수가 알려져 있지 않음. 
  • 투자 단계: 시리즈 A, 1,500만 유로 유치 (2020.11)
  • 투자자 : Ribbit Capital

Vivid money는 베를린에 있는 독일 뱅킹 솔루션으로 시작했지만,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Artem Yamanov와 Alexander Emeshev는 둘 다 러시아 국적이다. 러시아 금융업계에서 30년이 넘는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고, 유럽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베를린으로 왔다.

기본 프로덕트는 N26과 유사하지만, 큰 틀에서 차이가 있다. Vivid 카드를 통해 돈을 출금하고, 결제하고, 송금하는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최대 25%까지 캐시백으로 돌려받기 때문에 저축을 위한 은행 서비스라는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또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캐시백 머니로 부담 없이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매력 덕분에 사회 초년생들과 신규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Tomorrow – 지속 가능한 가치에만 투자

  • 설립: 2018년, 함부르크
  • 비즈니스 모델: 개인계좌개설 등 B2C
  • 직원: 50여명 (2021.02)
  • 고객 수: 50,000여명 (2021.02) 
  • 투자 단계: 임팩트 투자, 2,000만 유로 (2021.02)
  • 투자자 : Revent

‘내일을 위한 은행’이라는 모토로 설립된 Tomorrow 뱅킹의 가장 큰 특징은 수익을 지속 가능한 가치에만 재투자한다는 것이다. Transparent, Digital, Sustainable을 중요 가치로 삼고, 궁극적인 목표를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으로 삼는다. 유럽에서는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 이슈가 지배적이다. Friday for Future 시위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에도 알 수 있듯, 환경, 지속 가능성 은 독일 사회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Tomorrow는 B Lab의 일원이다. B Lab은 비즈니스를 선의의 힘으로 사용하는 기업들이 모여 경제 시스템 변화를 꾀하기 위해 노력한다. 70개국 3,5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수익 극대화만을 위해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것을 지향한다. 8분 만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N26이나 Vivid와 같은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좋은 가치에 나의 돈이 투자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매력적인 은행 서비스 중 하나다.

테크니들 인사이트

기존 독일 은행들의 극도로 불편한 시스템을 고려할 때, N26의 성공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N26 외에도 불편함을 더 섬세하게 바라봄으로써 혁신적인 핀테크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금융 규제들이 재빠르게 혁신 지향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도 독일 핀테크 시장의 성장을 도모했다. 기존 시스템의 단점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던 탓에 혁신이 그만큼 빠르고 파급력이 컸다.

[1] 참조 : MEDICI, Archyde, Utopia
[2] 본 글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경우 출처를 표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Written by

독일 베를린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개발에 진심이며, 기술을 예술적으로 활용하여, 개인의 삶이 좀 더 나아지고 공동체가 지속 가능하기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