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마존이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 (ZOOX)를 약 12억달러 (한화 약 1조 4천억원)가 넘는 금액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프라임 에어 (Prime Air, 배송 드론), 아마존 스카우트 (Amazon Scout, 배송 로봇) 등 다양한 무인 배송 기술을 시도하고, 자율주행 기업 오로라 (Aurora)와 리비안(Rivian)에게 투자도 했던 아마존이 ZOOX를 인수하며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시장에서 한층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이제 알렉사에게 날씨를 물어보는 것 뿐 아니라 “알렉사, 인천공항까지 운전해줘” 같은 명령어로 운전을 시킬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인수 소식의 주인공인 ZOOX는 누가 세웠고, 그 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살펴봤다.
1. 리더십
ZOOX는 2014년 7월 당시 CEO 팀 켄트리 클래이 (Tim Kentley-Klay)와 CTO 제스 레빈슨 (Jess Levinson)이 세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예사롭지 않은 집안 내력을 자랑한다.
CEO 팀 켄트리 클래이의 경우, 증조할머니가 호주 역사 최초로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여성이다. 할머니는 호주 역사에서 두번째로 비행자격증을 딴 여성이며 클래이의 아버지에게 비행 기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호주의 한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광고와 콘텐츠 업계에서 디자이너와 사업가로 활동했다. 어릴 때부터 기계 조립이나 자동차 개조 등에 관심을 가졌다. 2012년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자극을 받아 호주에서 미국으로 건너갔고, 2014년 CTO 제스 레빈슨을 만나게 된다.
켄트리 클래이는 2018년 8월까지 CEO직을 수행하다 이사회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게 되는데 명확한 사유는 양측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추가 내용은 테크 크런치와 악시오스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ZOOX의 CEO는 인텔의 최고전략책임자였던 아이차 에반스 (Aicha Evans)가 맡고 있다.
CTO 제스 레빈슨의 프로필은 더 화려하다. 그의 아버지는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 사후 현재까지 애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아서 레빈슨 (Arthur D. Levinson)이다. 아서 레빈슨은 스티브 잡스의 멘토로 유명했으며, 구글이 2013년 세운 생명공학 업체 Calico의 CEO로 관련 학계에도 현재까지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인물이다.
제스 레빈슨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세바스찬 스런 (Sebastian Thrun)의 지도 아래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면서 2007년 DARPA Grand Challenge (미 국방부 후원 무인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2위를 한 Stanford Racing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다. 세바스찬 스런은 구글 자율주행차 팀을 창설한 인물로, 온라인 교육 플랫폼 Udacity의 설립자 중 한 명이자, 2005년 DARPA Grand Challenge에서 우승한 Stanley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켄트리 클래이와 제스 레빈슨의 2017년 인터뷰를 볼 수 있다.
2. 테스트
테스트는 자율주행 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테스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위적 환경 뿐 아니라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실제 도로에서도 자율주행차가 잘 작동하도록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이 필수다.
로이터에 따르면, ZOOX는 2018년 12월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일반 승객을 태운 자율주행 운행을 허가 받은 첫 회사였다. 이전에는 해당 업체 직원이나 관련자의 가족들만 태운채 자율주행차 운행을 할 수 있었다. 반면 ZOOX는 일반 승객을 태운채 자율주행을 하게 됨으로써 좀 더 정확하고 소비자 친화적인 피드백을 수집하게 되고 타사 대비 정교한 자율주행 모델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최근 ZOOX는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래와 같은 자율주행 테스트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실제 주행 장면과 자율주행 시스템 상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영상을 편집하고 ZOOX 연구원의 쉬운 설명을 덧붙였다. 보통 자율주행 테스트 영상에는 일반인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표식들이 많이 등장한다. 연구 목적으로 영상이 디자인 되어 있기 때문에 관련 연구원들만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ZOOX의 이번 영상은 그런 표식들이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 연구원이 친절하게 알려줌으로써 자율주행 시스템이 어떻게 주변 도로와 차량들을 인식하고 그 움직임을 예측하는지 등 흥미로운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3. 안전
모든 자율주행 업체들이 그렇듯, ZOOX도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ZOOX가 2018년 공개한 30페이지 분량의 안전 리포트 (Safety Innovation at Zoox)는 안전에 대한 자신들의 철학, 정책, 계획 등이 자세히 나열되어 있다.
자율주행 관련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람들은 이런 자료가 단지 홍보 팜플렛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향후 무인자동차가 상용화 됐을 때 발생할 안전에 대한 각종 법적 도덕적 문제를 고려할 때 구체적인 방향성을 담은 자료는 내외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 지금처럼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에서는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자동차 제조사보다 운전자에게 크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자율주행 차량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ZOOX의 안전 리포트는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을 위한 기술 관점에서의 고민 뿐 아니라 사회나 정부가 같이 고민해야 하는 정책 관점에서의 고민들도 같이 엿볼 수 있는 자료다.
ZOOX는 안전에 대한 혁신을 위해 Chief Safety Innovation Officer 직도 두고 있다. 이 자리는 2017년부터 마크 로즈카인드 (Mark Rosekind)가 맡고 있다. 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고속도로 교통 안전 위원회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위원장을 맡았으며, 그 전에는 미국적 민간 차량, 선박, 항공기 등의 사고를 조사하는 미연방 교통 안전 이사회 (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멤버로 4년간 활동했다. 아래 유튜브 영상은 그가 최근 World Safety Summit에서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에 대한 주제로 발표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테크니들 인사이트
이상 살펴본 것처럼 ZOOX는 실리콘밸리를 선도하는 역동적인 자율주행 스타트업의 모습을 보여준다. 야망 넘치는 비즈니스맨과 세계 최고 엔지니어의 공동 창업. 테스트와 안전을 위한 과감한 투자.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연방 정부 그리고 의회의 정책적 지원이 있었다. 여기에 이번 아마존의 인수를 통해 한층 더 든든한 날개를 달게 되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아마존 입장에서도 이번 인수는 자율주행 시장 뿐 아니라 2023년까지 한화 약 72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내 공유 차량 시장을 고려할 때, 우버 등 관련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하는 딜이라고 한다. (이 예상에 코로나 사태에 대한 고려는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지금의 자율주행 수준은 주행보조장치에 의존에 사람이 운전을 하는 레벨 1 단계 혹은 레벨 2 단계지만, 글 초반에 예상한 것처럼 무인 배송 뿐 아니라 알렉사를 불러 운전을 자동으로 시킬 날이 멀지 않았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