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Netflix) 한국 진출 초읽기

넷플릭스가 지난 달 일본 진출에 이어 다음 목적지 아시아 국가를 정했다. 2016년 상반기에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고 정확한 날짜와 서비스 가격은 정해지진 않았다. 전세계로의 확산 계획도 차근차근 진행중이다.

tN인사이트: 일부 유저들이 VPN을 통해 우회 이용하기도 했던 넷플릭스가 드디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번 아시아 진출 국가가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한국이어서 한류 콘텐츠의 수출과 확산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은 유료방송 콘텐츠 유통 분야에서 아직 이렇다 할 대표적인 서비스 없이 각축전을 벌이는 형국이어서 시장 판도에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크게 인프라, 콘텐츠의 관점에서 넷플릭스의 등장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함께 생각해보자.

인프라(환경)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38%(2014.10 기준, UN브로드밴드위원회), 스마트폰 보급률 75%(2014.05 미래창조과학부)를 보이고 있다. 아직 UHD TV의 보급률은 1% 대에 머물고 있지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2025년 지상파 UHD 본 방송개시 계획과 함께 UHD 방송 수신용 셋톱박스 및 스마트 TV의 출시 경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점차 보급률은 늘어날 것이다. 기존 경쟁자인 티빙(Tving)이나 푹(Pooq), 통신사가 운영하는 올레TV모바일, B TV모바일, U+TV모바일은 복잡한 가격정책, 다양한 기기로 볼 수 있는 콘텐츠 부족 등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경쟁환경도 나쁘지 않다. 화질 및 동시 시청 기기 수에 따른 가격 정책과 다양한 장치(PC, 테블릿, 스마트폰 등)에서 핸즈오프(Hand-off) N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에게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굉장히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불법 콘텐츠 다운로드와 유료결제 서비스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콘텐츠
한국의 유료콘텐츠 소비시장은 크게 실시간TV와 VOD, 두 개로 나눌 수 있는데 넷플릭스가 VOD서비스에 치중되어 있는 점은 초기 고객 확보에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실시간TV와 VOD를 각각의 서비스에 정기 유료결제하기란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콘텐츠 권리를 소유한 기존 사업체와의 제휴 및 협상도 난관이 예상된다. 유튜브 역시 지난 2014년 MBC와 SBS의 콘텐츠 유통 판권을 가진 스마트미디어렙(이하 ‘SMR’)과 수익률 배분에 난항을 겪다 결국 콘텐츠 공급이 중단되었다. JTBC, CJ E&M 등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 예정이어서 상황이 쉽게 개선될 것 같진 않다. 현재 해당 지상파 콘텐츠를 공급중인 네이버와 다음은 광고 수익의 90%를 SMR에 주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상파가 빠진 유튜브의 방문자수가 종전과 별다른 차이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1][2] 장기적인 전략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CJ와 같이 콘텐츠 생산(CJ E&M)과 *OTT서비스(Tving같은)를 함께 하는 회사의 콘텐츠나 지상파TV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선 제휴 콘텐츠의 매출이 OTT서비스 매출과 비슷해지거나 커져야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이고, 향후 지상파 영업손익 추이 역시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2014년 상반기 한국의 지상파 3사는 8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TV를 볼 때 마다 방송국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콘텐츠 제작업체들 생각났었다.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의 활성화와 그로 인한 시장 크기의 확대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짜 콘텐츠를 만들던 외주업체들이 전면으로 나오고 그 노력과 보상을 온전히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넷플릭스 역시 기존의 유통, 배급의 권력이 무너지면 다양한 콘텐츠가 다양한 채널로 유통 될 것이고 협상에서 점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지원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존의 국내 OTT업계는 정기결제를 유도하고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방법으로 사용자를 유치, 유지하려하지 말고 근본적인 혁신을 해야한다.

그리고,
어제 애플은 콘텐츠 소비의 또 다른 패턴을 만들어낼 대화면의 아이패드 프로를 시장에 출시했다. 미국에선 코드컷팅(Code Cutting)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케이블TV는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애플과 구글은 자사의 장점을 살려 끊임없이 TV시장을 두드린다. 넷플릭스와 같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Technology)’으로 무장한 서비스는 국경을 초월한지 오래다. 결국 기술과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하여 콘텐츠를 확보, 유통, 생산하는 기업이 승리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싸울 전장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플랫폼은 결국 생태계이고, 생태계는 나에게 얼마나 유리한 전쟁터를 만들어 두었느냐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토종 OTT업계는 이제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그리고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영화추천서비스를 하는 ‘왓챠‘에게 득이 될까? 독이 될까?

** 함께 읽어볼만한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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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T(Over The Top): OTT 서비스란 기존의 통신 및 방송 사업자와 더불어 제 3사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관련 기사: Engad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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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ID, 스마트폰 영상처리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고 삼성테스코에서 이커머스 시스템을 담당했습니다. 현재 3D 입체영상 촬영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하드웨어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클라리넷 연주를 하며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