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중 한명인 빌 걸리 (Bill Gurley) 는 “2015년에는 최소한 하나 이상의 ‘죽은 유니콘’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런 회사에서는 제품의 일관성이 감소되고 새로운 제품 출시 시도가 실패하며 비용이 올라가는 데다 핵심 인력들이 떠나고 정리해고가 진행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에버노트에서 이런 징후가 보인다. 에버노트 제품의 본래 목적과 연관성이 크지 않은 워크챗 (Work Chat) 과 같은 기능이 추가되는 사이에, 경쟁 제품 원노트 (OneNote) 의 기능은 향상 중이며 메신저 앱 슬랙 (Slack) 이 소통 내용 저장 기능을 하면서 에버노트의 영역을 차츰 침범 중이다. 이에 따라 고객들도 차츰 에버노트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앱스토어의 랭킹이나 리뷰 수도 뒤쳐지고 있다. 또한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B2B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현재까지 성공한 사례는 없다. 재정적으로도 지난 3년간 추가 자본을 모으지 못했고, IPO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최근 무료 사용자들에게 다소 절박한 유료화 권장 팝업을 지속적으로 띄우는 것도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성장이 정체됨에 따라 조직 분위기도 악화 중으로, 글래스도어 (Glassdoor) 의 전/현 임직원들의 리뷰에는 “이렇게 빨리 망가지고 있는 회사는 처음이다, 아직 에버노트에서 근무 중인 똑똑한 사람들이 안타깝다”, “임직원들의 사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본래의 핵심역량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는 혹평들이 많다. 또한 현재 400여명의 직원들 중 5% 감량을 시작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tN 인사이트: 빌 걸리의 ‘죽은 유니콘’ 발언이 있은 이후로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도 위험 수위에 있는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스포티파이 (Spotify), 죠본 (Jawbone), 그리고 에버노트를 지목한 바 있지만, 최근 몇 개월의 데이터 만으로 회사가 어렵다고 피상적으로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포스팅이 지적하는 것처럼 조직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에버노트에 우려의 눈길을 보낼 필요가 있다. 조직은 회사 성과 창출의 ‘관성 (Inertia)’ 과 같아, 성과가 나면서 사기가 올라감에 따라 성과 창출이 가속화되고, 반대로 이 선순환 고리가 무너지면 조직 사기 저하로 인해 성과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곤 한다. 특히 스타트업에게 있어서는 팀원들의 사기와 역량이 결정적일 수 밖에 없다. 에버노트는 팬층이 두터운 제품이어서 한순간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의 부정적 징후들은 빠르게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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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이란 1조 이상 가치 평가를 받는 스타트업을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