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니들 인사이트] 트위터가 걸어온 길

2016년 9월 23일, 트위터의 이사회가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는 루머성 보도가 나오고 주식이 20%가량 급등하였다. 루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Re/code가 보도한 것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트위터가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서비스가 심각하게 위축되는 것도 아니고, 트위터는 아직 다양한 노력으로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 자리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트위터가 이전의 기대만큼 페이스북과 어깨를 견줄 소셜 네트워크로 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때 $70을 넘었었던 트위터의 주가가 $15-$20을 맴도는 것이 시장의 평가를 보여준다.

70년대에 시작된 실리콘밸리의 시대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나누어보자면, 99년 이전의 하드웨어 주도의 시대, 2004년 정도 까지의 웹 중심의 닷컴 버블 시대, 2012년 정도 까지의 검색 엔진의 시대, 그리고 요즈음 끝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대를 예상해보자면, 우버, 리프트, 에어비앤비의 공유 경제의 시대, 그리고 그 다음은 자율 주행 자동차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이렇게 보면 트위터의 매각 논의는 실리콘밸리의 한 시대의 종언으로 볼 수 있다. 한 때 야후, 알타비스타, 익사이트, 마이크로소프트 빙에 이르기까지 치열했던 검색엔진 경쟁이 구글의 완승으로 끝나고 우리 생활의 중요한 일부로 들어온 것 처럼, 소셜 네트워크 경쟁도 페이스북의 완승으로 정리되고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이미 자리매김했다.

이번 특집 기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 중 하나였던 트위터의 시작과 발전, 현재를 조명해보고 앞으로의 미래도 예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insight]

사용자가 만든 소셜 네트워크

트위터는 구글에 매각된 블로거(Blogger)의 창업자, 그리고 지금은 미디엄(Medium)의 대표인 에반 윌리암스(Evan Williams)의 회사 오디오(Odeo)의 해커톤 프로젝트로 시작하였다. Odeo는 Podcast 앱이었는데, 애플이 자체 Podcast앱을 만들면서 순식간에 설자리를 잃어버렸다. 회사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잭 도시(Jack Dorsey)의 아이디어였던 핸드폰 문자(SMS)에 기반한 단문 소셜 네트워크가 성장해 트위터가 된 것이다. SMS의 글자 제한이었던 160자에 메시지를 실어 보내기 위해 글자수를 140로 제한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매력이 되어 소셜 네트워크로 성장하게 되었다.

트위터는 그 시작부터 성장까지 우연의 연속이었다. 친구들끼리 연결한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는 140자의 메시지를 모든 팔로워에게 보내는 기능은 있었지만, 그 목적은 정의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밥 먹었다.”, “지금 일어났다.” 등의 현재 상태를 공유하는 서비스였다. 그래서 트위터의 옛날 코드를 보면 Tweet 대신 Status라는 단어를 사용했었다.

텍사스 주 오스틴 시에서 열리는 SXSW (South By Southwest)라는 행사에서 트위터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즈음 사용자들은 혼란스러운 트윗들을 한데 묶기 위해 #해쉬태그를 붙이기 시작하였고, 다른 사용자의 아이디에 @을 붙여 @mention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해쉬태그와 @멘션은 트위터 팀에서 기획해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사용자들은 각자 자기 필요에 따라 기능들을 만들어서 사용하였으며 트위터는 #해쉬태그와 @멘션을 지원하는 기능을 뒤늦게 추가하였다.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고 불리우는 미국 비행기의 뉴욕 허드슨 강 불시착 사건은 트위터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당시 사람들은 뉴스 미디어보다도 빠르게 트위터를 통해 속보를 전했다. 그 이후로 트위터는 속보의 상징이 되었으며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장 빨리 전달하는 매체가 되었다.

트위터는 매우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었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이 대중과 소통하는 통로가 되었으며, 세계의 속보를 전하는 가장 빠른 미디어였으며, 친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통로였다. 방송에는 그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양방향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또한 공개인 특성 덕에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여 선거 결과 등을 예측할 수도 있었고, 사회학적 연구에도 활용되었다.

친구들의 소식만을 전해주는 페이스북에 비해 트위터의 확정성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으며, 2012년 쯤에서는 트위터의 해쉬태그가 많은 방송과 광고판에 노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가 세계인의 생각을 이어주는 세계인의 광장, 즉 global town square가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기업이 된 트위터

2013년 트위터는 중요한 두가지 결정을 하였다. 한가지는 수익을 내기 위해 API를 제한한 것이다. 그 전까지 모두에게 열려있는 플랫폼이었던 트위터는 수 많은 클라이언트가 존재했다. 제한적인 기능만 제공하는 트위터 공식앱으로는 수 많은 활용 방법(use case)을 지원할 수 없었으며 각 기능에 맞춘 개성있는 트위터 클라이언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지만 그 때까지 전혀 수익이 없던 트위터는 매출을 창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모든 사람들이 공식 앱을 쓰도록 API를 제한한 것이다. 이는 생태계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공식 앱은 너무 사용하기에 불편하고 단순한 기능만을 제공하였다. 많은 기존 사용자들이 불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트위터를 만든 장본인이었던 많은 열성 팬들이 더 이상 트위터 API로 창조적인 앱을 만들 수 없었다.

그렇지만 트위터는 광고 매출을 올릴 수 있었고 2013년 11월 드디어 모든 스타트업의 꿈인 주식 상장을 하였다. $26에 처음 상장했던 주가는 $70대까지 치솓았다. 사람들은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트위터를 바라보았으며 Ev Williams, Jack Dorsey등은 Billionaire가 되었다.

IPO 당시 많은 언론은 치솟은 주가가 현재의 트위터의 가치가 아닌 트위터에 기대하는 미래의 가치를 반영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트위터는 프로덕트가 사용하기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그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폭등한 주가는 거품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The Product Problem

트위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사람들이 트위터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검색엔진이고, 페이스북은 친구들끼리 하는 소셜 네트워크이다. 그런데 트위터는 무엇일까? 수많은 정의가 있어왔다.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 단문 소셜 네트워크, 연예인을 팔로우(follow)할 수 있는 곳… 그렇지만 누구도 트위터는 이런 것이고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개성에 따라 쓸 수 있었는 서비스이며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페이스북과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소셜 네트워크였지만 일반인은 트위터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알 뿐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서비스였다.

가장 큰 문제는 트위터에서 일어나는 일이 너무 방대해서 사용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트윗이 전달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위터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일반인들이 트위터에 들어간다고 해서 방금 일어난 사건에 대한 트윗을 찾을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한 누구를 팔로우해야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지 쉽게 알 수가 없다.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누군가가 트윗한 글을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이 리트윗하면 그 트윗을 한 사람을 팔로우하는 식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늘려 나가게 되는데, 그 사람이 항상 내가 원하는 트윗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또 다른 큰 문제는 일반인이 한 트윗은 반응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포스팅의 경우 친구들이 보게 되기 때문에 쉽게 like를 받을 수 있는 반면, 트위터에 올린 트윗은 각종 뉴스, 연예인, 정치인의 트윗 등에 섞여 친구들에게 거의 배달이 되지 않는다. 반응 없이 읽기만 하는 소셜 네트워크는 너무 재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트위터는 이전의 어떤 서비스도 경험하지 못한 확장성(scalability) 문제가 있었다. 매 초 엄청난 텍스트 양이 쏟아지는 트위터는 그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인프라스트럭쳐를 구축하는데에 우선 집중을 해야 했다.

Limited Evolution of Twitter

트위터는 왜 제품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하였을까? 여러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도 제품을 정의할 수 없었다는 것이 가장 주된 문제였다. 초창기 에반 윌리암스와 잭 도시조차도 트위터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달랐다. 한 사람은 개인적인 상태 업데이트를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했고, 한 사람은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많은 사용자들에게 트위터는 개인마다 다른 의미를 갖는 서비스로 성장해 갔다.

모든 사람의 활용법(use case)를 지원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든 활용법에 맞춰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연예 소식을 위한 트위터, 정치인을 위한 트위터, 방송을 위한 트위터, 이렇게 다양한 앱을 만들어서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모든 서비스를 포괄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general service)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통합 서비스로 만들 경우에는 서비스가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다. Gmail을 보면 하나의 앱이지만 폴더, 태그, 필터 등등 엄청나게 많은 기능이 있다. 트위터도 모든 활용법를 지원하려면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어야 할 것이다.

트위터의 핵심 가치(core value) 중 하나는 단순화(simplify)이다. 트위터의 사용자들이 불만 사항 중 하나는 트위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트위터는 앱을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사용하기 어려웠던 리스트 등을 사실상 배제하였으며 타임라인도 알고리즘 타임라인으로 교체하였다.

그렇지만 트위터의 공식 앱은 수 많은 활용법을 지원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트위터의 타임라인에는 뉴스도 있고, 친구 트윗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트윗도 있다. 문제는 각각의 종류의 트윗의 속도와 유통기한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어제의 뉴스는 읽을 필요가 없지만 일주일전에 한 친구의 트윗은 내 타임라인에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만 내가 읽고 싶은 트윗은 이미 뉴스에 섞여 찾을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페이스북이 친구들의 업데이트를 전하는 한가지 기능에 집중하면서 다른 기능을 붙여 나갈 수 있었던 반면 트위터는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트위터가 내세웠던 하나의 앱과 단순화 정책은 트위터의 잠재력을 담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하였다.

트위터의 미래

트위터는 2015년 잭 도시가 CEO로 돌아온 이후 프로덕트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면서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 노력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트위터는 최근 NFL 라이브 동영상 서비스와 미국 대선 토론 등을 중계하며 실시간 라이브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트위터는 지금도 거의 유일한 공공 소셜 네트워크이다. 미국 대선 후보들에게 가장 중요한 소셜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트위터가 페이스북과 경쟁하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대는 이미 끝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트위터는 구글,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사회 공공재가 되었다.

트위터는 시장에서 기세가 한풀 꺾인 아직까지도 많은 잠재력을 지닌 독특한 프로덕트이다. 사용자 커뮤니티가 만들고 키워간 소셜 네트워크 트위터. 다시 한번 API를 열어서 수많은 사람들의 창의적인 노력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공공재로 거듭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insight]

Written by

유호현: 샌프란시스코 Airbnb에서 일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입니다. 이전에는 Twitter의 Language Engineering 팀과 Search Quality 팀에서 일하였습니다. 오픈소스 한국어 처리기 프로젝트인 open-korean-text를 개발했습니다. http://openkoreantex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