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은 2016년 초반 인기 키워드였다. 특히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가 강한 관심을 드러내고, 향후 10년간 로드맵에 중요한 부분으로 포함시키면서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2016년이 중요한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러 곳에서 쏟아져나왔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글은 자체 플랫폼인 ‘데이드림(Daydream)’을 선보였지만, 기대에 못 미친 반응 속에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선보인 소니 역시 기대보다 못한 성과를 확인했다. 또 판매량 기준 압도적 1위인 삼성 기어 VR의 신제품은 갤럭시 노트7 리콜 여파로 동력을 잃었다.
게다가 오큘러스가 기술을 도용했다며 제니맥스(Zenimax)가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오큘러스의 제품은 물론 기어 VR까지 판매 금지될 수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기대에 못 미친 시장에 찬물이 끼얹어질지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omment]기어 VR을 얼마간 사용해보고 나서 “기대 이상이면서, 동시에 기대 이하이다”라고 결론 내렸었다. 전용 콘텐츠를 즐기면서 생생함은 분명 놀라웠다. 그러나 몇 분 내외 짧은 분량을 즐기려고 휴대폰을 연결하고 착용하고 하는 준비과정이 상당히 번거롭게 느껴졌다. 더 나아가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에도 관심이 갔지만,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 입장에서 70만 원가량의 고성능 PC를 새로 장만해야 했기에 관심을 접었다.
가상현실이 게임 마니아를 뛰어넘어 대중 속으로 가려면 이전 기사에서 다뤘듯이 하드웨어, 판매 대수, 콘텐츠 3가지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 중에서 특히 콘텐츠가 가장 중요한데,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몇년 후에도 PC/콘솔 게임기 연결형이나 단독형 모두 적게는 몇십만원부터 많게는 백만원 이상이 필요한 고가의 제품이다. (아래 가상/증강현실 기기 평균 판매가 전망치 참고)
영화는 새로운 방식에 맞는 연출과 제작이 고민되어야 하기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스포츠 경기 중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카메라를 추가 설치하면 상대적으로 간단히 콘텐츠화 할 수 있다. 실제 월드컵 결승전 경기장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줄 수 있다면,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기기를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실제 입장권은 최대 몇만 명에게만 판매할 수 있는데 비해, 전 세계 수십억 명을 대상으로 가상 입장권을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 생긴다.
이미 넥스트VR(Next VR)에서는 NBA 경기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스트리밍해주고 있다. 인텔에서도 미식축구팀 홈구장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가상현실에 맞는 형태로 영상을 만들어내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분당 2 테라바이트씩 생성되는 영상 데이터의 양이 문제이지만, 수년 내로 해결이 가능할 거라 기대한다고 한다.
가상현실에게는 2016년이 만족스럽지 못한 한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고 미래마저도 불투명하게 바라보는건 가혹하다. 저커버그의 이야기처럼 생태계가 갖춰지고, 대중화되는데 최소 10년은 걸릴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2016년의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보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comment]
[reference]관련 기사: Business Insider, FT
이미지 출처: Newsandpromotions[/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