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소비자들은 매장에 들려서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동일한 물건이 아마존에서 얼마에 팔리는지 확인한 후, 매장 또는 아마존 중 어디서 물건을 구매할지 결정하곤 한다. 이러한 구매 패턴으로 인해 대다수의 오프라인 매장들이 아마존의 쇼룸으로 전락하면서 점점 더 많이 문을 닫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소매 점포들이 이러한 소비자들의 매장내에서의 제품 가격 비교를 막아야 할 판에 하필 역으로 아마존이 해당 내용을 포함하는 “매장내 온라인 쇼핑의 물리적 제어”라는 특허를 최근에 취득하였다. 해당 특허는 5년전인 2012년에 출원되었고, 2013년부터 심사절차가 시작되어 2번의 최종 거절과 2번의 심사관 인터뷰를 거쳐서 5년만에 등록되었다. 특히, 2012년에 해당 특허를 출원하면서 등록전에는 공개되지 않도록 비공개 신청(Nonpublication request)을 해 놓았다. (일반적으로는 최초 출원후 18개월 경과 후에 출원 내용이 공개되는 데, 비공개 신청에 의해 잠수함 특허를 만들어 로열티를 받아내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아마존의 이번 특허는 매장내의 고객이 경쟁사의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제품 가격을 비교시 해당 제품 가격차가 설정된 임계치를 초과하면 대체 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대체 방안은 오프라인 매장내 제품과의 가격비교정보, 쿠폰, 최저가 보상(price adjustment), 오프라인 매장내의 대체 상품 정보 등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내에서 제품을 바로 구매하도록 유도해 현재 다수의 오프라인 매장들이 처한 문제점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오프라인 매장들이 이러한 방안들을 활용한다면 오히려 매출을 더 늘릴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한편, 막연히 접속만 차단하면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아마존의 이번 특허 취득은 여러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로, 아이러니하게 아마존이 경쟁사들에게 치명타를 입힌 경쟁사들이 처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특허, 즉 고객을 뺏어가는 방법을 막는 방안에 대한 특허를 선점해 버렸다. 따라서 경쟁사들이 이 특허를 회피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매출 감소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이것은 아마도 아마존 특유의 조직 문화를 볼 때 내부적으로 아마존의 상거래 파괴에 대한 토의가 이루어지다가 오히려 더 “evil”이 되어 보자는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을까 ? 아무튼 아마존이 이미 5년전에 현재의 소매 산업 붕괴를 미리 예상해 특허출원했다는 점에서 미래를 정확히 바라보는 아마존의 예지력을 엿볼 수 있다.
둘째로, 이 특허만 놓고 보면 정보를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는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내의 고객 정보 수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특허에서는 아마존의 와이파이 액세스 포인트(AP)를 고객이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권리로서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내의 고객들이 매장내의 WiFi를 사용하도록 유도하여 이로부터 고객 정보를 수집하거나 아마존의 자체 프로모션을 고객들에게 제안할 수 있다. 따라서 아마존이 최근 15조원에 인수한 홀푸드에도 WiFi를 설치하여 이를 고객들이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아마존이 작년부터 시험 운영하고 있는 무인 오프라인 매장인 Amazongo에도 필요하다.
셋째로, 아마존이 굳이 이 특허를 출원시 비공개신청을 한 의도가 무엇일까? 차라리 출원시에 조기공개신청을 했다면 이 특허가 일찍이 공개되면서 심사시 선행문헌으로 인용되어 경쟁사가 관련 특허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었다. 이건 아마도 아마존이 Amazongo를 시험 운영하고, 홀푸드를 인수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으로 사업을 점차 넓히는 행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2012년 이전부터 이미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경쟁사에게 사업 계획을 노출시키지 않거나 도덕적인 비난을 받지 않도록 해당 특허를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 특허가 등록되어 공개되자마자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운영시 이 특허를 활용해 고객들의 아이쇼핑을 막아 현재 다른 오프라인 매장들이 처한 문제점을 아마존에서만큼은 절대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참고 기사: THE VER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