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마존, 버크셔 헤서웨이, JP 모건의 합작 헬스케어 회사 설립 발표 이후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세 회사의 합작 헬스케어 회사는 약 1백만명에 달하는 세 회사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러가지 실험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마존의 데이터 분석 역량이 결합될 것은 자명하다. 아마존 뿐 아니라 애플, 구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테크 업계의 큰 손들은 헬스 케어 분야로의 진입을 위해 수년 전부터 발빠르게 움직여 왔는데, 가장 최근에 발표된 각 회사들의 헬스케어 분야 관련 소식들만 간단히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 애플은 의료 관련 프로젝트에 오랫동안 착수해왔고, 1월 24일 이에 기반하여 차기 iOS 업데이트가 헬스 레코드 (Health Records) 라는 기능이 들어가게끔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애플 기기 사용자가 제휴 병원에 본인의 의료 기록 공유를 요청하면 본인이 기기를 통해 직접 정보를 소유하는 개념이다.
- 알파벳은 Cityblock, Verily와 더불어 DeepMind Health 까지 3개의 헬스케어 회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DeepMind Health는 영국 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병동 내 사망 발생을 현재보다 이틀 빨리 예측하여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벌 수 있는 결실을 내었다고 말하고 있다.
-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소셜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준비 중인데, 예를 들면 페이스북에 업로드한 사진의 색채 등으로 우울증을 미리 진단하는 형태이다.
공통적으로 이들 회사는 환자 의료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과 기존 데이터에 접근이 가능해 진다면, 각자의 데이터 분석 및 처리 역량을 살려 질병 예방과 조기진단 등을 통해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의료 시스템에서는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정보 불균형이 심각하며, 의료기관 간에도 정보가 소통되지 않아 발생하는 죽음이 미국에서만 1년에 약 250,000 건으로 추정된다는 통계도 있다. 디지털 의료 정보를 통합하고 이를 환자에게 공유하는 데에 가장 앞서 있는 스웨덴에서는 현재 헬스케어의 향상된 퀄리티, 의료 정보의 손쉬운 커뮤니케이션 뿐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까지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테크 회사들의 헬스케어 혁신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누어진다. 첫번째는 기존의 의료기관을 통해서 진입하는 경로를 택한 경우이다. 앞에서 언급한 DeepMind Health의 예나, 애플에서 의료 기관에 전자 기기 인프라를 제공하는 경우가 좋은 예인데, 기존 의료 인프라 및 축적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번째는 테크 회사가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신규 경로를 창출하는 경로로, 각종 센서와 카메라가 있는 스마트폰에 의료 정보를 결합하여 혈압, 심박, 체지방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의료 기기로 변신할 수 있어,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많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테크 분야에 비해 헬스케어 분야에서 혁신이 더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1) 생명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변화에 보수적인 점, (2)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힌 점, (3) 수요가 워낙 세분화된 점 (예를 들어 당뇨병 분야 하나를 혁신했다고 헬스케어 전체가 바뀌진 않는다)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효율적인 의료 서비스 퀄리티의 향상과 의료 비용의 절감이 가능케 된다면, 이런 장애물들은 결국 시장의 원리에 의해 점진적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실제로 미국과는 달리, 정부 주도로 헬스케어 서비스가 제공되는 호주나 영국에서 데이터 축적/분석을 통한 향상된 서비스 제공과 효율적인 비용 집행 노력이 끊임없이 진행되는 것을 볼 때, 현재의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변화가 올 것이라 생각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헬스 케어 시장의 혁신 과정에는 당연히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개인의 건강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 특정 플랫폼의 승자 독식 염려가 있다. (딥마인드 헬스는 이미 EU의 감시망 안에 들었다고 한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이 문제들을 풀어가고 있는데, 특히 애플이 스탠포드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조심스러운 접근으로 완전히 익명화된 정보만을 획득하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 이 글은 테크니들 필진이셨던 조호연 (Owen Cho)님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관련 기사: The Economist 1, The Economist 2 | 이미지 출처: The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