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했지만 사기는 아니다? 공소장과 변호인 주장으로 살펴본 엘리자베스 홈즈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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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한 방울로 250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속여 2018년 기소된 테라노스 CEO 엘리자베스 홈즈와 COO 라메쉬 발와니의 재판이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 법원에서 본격 시작됐다.

테라노스가 갖고 있던 기술은 메디컬 사이언스 (medical science)가 아니라, 환상을 파는 판타지 사이언스 (fantasy science)였다는 사실이 드디어 법적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홈즈의 사기 행각은 신기술에 대한 비이성적 검증뿐 아니라 유명인들의 묻지마 투자, 고학력자에 대한 편향적 믿음 등 미국 스타트업계의 여러 부조리가 응축된 사건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테라노스 사태에 대한 수많은 보도와 자료들이 나왔으므로 별도의 배경 설명 없이 첫 재판에서 검사와 변호인 양측이 어떤 논리를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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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미디어가 띄워 준 엘리자베스 홈즈

공소사실

미국 연방 지방 검찰청이 2018년 6월 공개한 공소장에는 다음과 같은 혐의가 망라되어 있다.

  1. 피고인들은 2013년부터 투자자들에게 (Edison, TSPU (Theranos Sample Processing Unit) 혹은 miniLab이라 부르는) 자사 제품이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소량의 혈액으로 기존 제품보다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속였다. 피고인들은 당시 이 주장이 거짓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2. 테라노스가 재정적으로 우수하고 안정되어 있다고 속였다. 2014년에 1억 달러 매출을 올려 손익 분기를 넘기고 2015년에는 10억 달러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했지만 당시 테라노스는 수십만 달러 매출에 그쳤다.
  3. 몇몇 투자자들의 혈액을 테라노스 기기로 직접 분석한다는 시연을 했지만 이는 거짓이었다.
  4. 월그린 (Walgreens) 매장에서 테라노스 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2014년 말 당시 월그린과의 파트너십에는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였다.
  5. 미 국방부와의 계약에서 높은 수익이 예상되고, 테라노스 기술이 일선 부대에서 쓰일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6. 테라노스 기기는 미 식품의약국 (FDA)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지만 업계 표준을 따르기 위해 자발적으로 승인을 받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그러나 사실은 FDA가 테라노스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요청했고 2013년 말 피고인들은 이를 인지한 상태였다.
  7. 테라노스 기기로 임상 실험을 진행했다고 했지만 사실은 시중에 나온 다른 기기를 사용했다.
  8. 테라노스의 기술은 다국적 제약 회사들과 연구소들로부터 검증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9.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의사와 환자들에게 거짓 결과를 홍보했고, 중요한 실험 결과들을 웹사이트와 홍보물에서 고의로 삭제했다.
  10. 피고인들은 테라노스 기술이 경쟁사 대비 정확하고 안정적이며 저렴한 가격에 혈액을 분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허위로 제품을 홍보 및 판매해 수익을 거뒀다.

변호인 주장

테라노스의 사기 행각이 자명하고 그간 책이나 다큐멘터리 등으로 관련 내용이 많이 다뤄진 만큼 재판이 시작되자 홈즈의 변호인이 과연 어떤 논리로 홈즈를 변호하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될 경우 최대 20년 동안 감옥에 있어야 할 홈즈를 위해 첫 재판에서 변호인이 내놓은 전략은 ‘hardworking entrepreneur’ 즉 열심히 일해온 사업가라는 콘셉트였다. 야후 파이낸스가 정리한 변호인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홈즈는 저렴한 진단 기기를 만들기 위해 15년간 노력했다. 실패가 범죄는 아니다.
  2. 홈즈가 당시 연인 관계였던 COO 발와니, 테라노스 이사회 멤버인 채닝 로버트슨 (Channing Robertson)에게 깊이 의지한 것은 그녀의 가장 큰 실수였다.
  3. 투자자들은 테라노스에 대한 투자가 투기적인 사실을 인식해야만 했으며 그 위험은 투자자들에게 명백했다.
  4. 홈즈는 발와니에게 10년 가까이 정신적인 학대를 받았다. 핸드폰을 감시당했고. 먹는 것, 입는 것, 심지어 자는 시간까지도 발와니의 통제를 따라야 했다.

테크니들 인사이트

이 사건이 전하는 여러 교훈 중 하나는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 대상의 실체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CNBC가 지적한 것처럼 기본적인 기업 실사 외에도 해당 기업에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지, 데이터나 기술은 외부 업체에게 검증받았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

기업가 입장에서도 테라노스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가 정신을 돋우기 위해 ‘Fake It Till You Make It’ 즉 ‘될 때까지 그런 척하면 된다’는 조언이 유행할 때가 있었다. 성공한 척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면 언제가 그런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독려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메시지가 현실에서 비윤리적으로 실천된 사례가 바로 테라노스 사태라 할 수 있다. ‘에지’라는 책을 쓴 로라 후앙의 Time 칼럼이 ‘될 때까지 그런 척하면 된다’는 충고의 위험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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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와 비즈니스에 대한 글을 씁니다 jaewan@techneedle.com 필자 소개 페이지